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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묵살된 시정요구/일본 교과서 역사왜곡 실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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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제 토지강탈은 싼값 매수 표현/임진왜란은 정명가도 거절때문/정신대등은 참회의 흔적도 없어
10년이 지나 강산은 변해도 일본교과서의 한국관계 왜곡기술은 변하지 않고 있다.
82년 일본 문부성은 초·중·고교 사회·역사교과서를 새로 검인정하면서 2차대전을 정당화하고,한국의 해방을 한국이 일본의 「지배권을 거부당했다」고 표현하는가 하면,침략을 「출병」「진출」로 표현토록해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교과서 왜곡사건」을 자초했었다.
우리정부는 당시 「교과서왜곡 진상조사단」을 만드는 한편 그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왜곡 내용시정을 요구해왔다.
우리측이 시정요구한 내용은 ▲한국침략 ▲2차협약 ▲고종퇴위 ▲한일신협약 ▲의병 ▲안중근의사 의거 ▲한국병탄 ▲무단통치 ▲토지약탈 ▲3·1독립운동 ▲관동대진재 ▲신사참배 ▲한국어 말살 ▲창씨개명 ▲징병 ▲징용 ▲정신대 ▲항일독립운동 ▲일제강점기간 연장부분 등이었다.
그러나 이 19개항도 당시 교과서내용중 특히 왜곡이 심한 부분을 뽑아 놓은 것이었을 뿐 일본이 우리의 독립운동탄압,1910∼30년사이 수탈의 역사등 고의적으로 누락시킨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조차 되지 않았었다.
즉 일부 개선된 내용과 개선되지 않은 내용을 비교해보면 일본이 2세들에게 심어주려는 한국관의 실체는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우월성」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교과서왜곡이 여전한 이유는 ▲일본 문부성의 검인정원칙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일본지식인이나 지도층내에 제국주의를 비호하는 보수주의 세력이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일본 문부성이 소학교 교과서를 검정완료하면서 임진왜란을 「정명가도를 거절한 때문」이라고 침략책임을 전가하는가 하면,일본인의 토지강탈을 「전답이 싼값에 연달아 일본인에게 매수됐다」고 기술하고 을미사변·을사오조약·고종강제퇴위·무단통치·정신대 등 야만적 침략행위는 은폐하고 있어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이들의 교과서 왜곡을 단순히 「역사는 해석의 차이」라는 말로 정당화 시킨다 하더라도 그동안 한일양국학자들의 연구로 거짓인 것으로드러난 임나일본부설을 그대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등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정부는 일본측에 대해 ▲임나일본부설등 양국학자들의연구성과 반영·수정 ▲운양호사건의 계획성과 불평등한 강화조약의 부당성 ▲반봉건적·반외세적 동학농민운동의 사실기술 ▲인적수탈상의 객관적 사실로서의 정신대 강제동원 ▲대일본 항쟁에 대한 객관적 기술 ▲한국침략을 여전히 「출병」「진출」로 표현한 것과 같은 부당한 표현시정 등을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내에서 가장 많은 수요를 가진 산천출판사등 2∼3종의 교과서가 종래의 한국관련 시각을 거의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인의 왜곡된 한국관은 다음 세대에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일본 교과서 내용이 개선되지 않는한 한일 양국간의 진정한 우호·협력·이해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양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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