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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2개 (쇼트트랙 천m 5천m 계주) 10위권 겨냥|내달 8일 개막 동계 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일제하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의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76)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같은 해 일장기를 달고 동계 올림픽 (독일)에 출전,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동양인 최초로 13위를 마크한 김정연 (83·전 빙상 연맹 회장)씨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로부터 56년이 지난 92년2월8일부터 16일간 프랑스 알베르빌에서는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2천3백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눈과 얼음의 축제」 제16회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
해방후인 48년 제5회 대회 (스위스)부터 참가한 한국이 이제까지 거둔 최고 성적은 지난 88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제15회 대회 때 배기태가 기록한 5백m 5위 (36초90), 1천m 9위 (1분14초36).
동계 올림픽 출전 40년만에 첫 10위권 진입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빙상·스키·바이애슬론 등 3개 종목에 46명의 선수단 (임원 22, 선수 24)을 파견하는 한국은 금 2·은 1·동메달 1개의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86·88 양대 제전에서 거둔 스포츠 선진국이라는 저력을 바탕으로 일약 종합 10위권에 뛰어오르겠다는 것이다.
육상 1백m격인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백m에 출전하는 김윤만 (고려대)과 제갈성렬 (단국대), 그리고 유선희 (옥시)가 모두 동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김과 제갈이 자신들의 최고 기록인 37초대에 진입하면 동메달은 가능하다는게 이영하 감독의 전망.
여기에 올해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은 완전히 한국의 독무대를 만들겠다는 각오.
남자 1천m·여자 5백m·남자 계주 5천m·여자 계주 3천m 등 4개 종목 중 남자 1천m·5천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여자 5백m에서 은메달을 추가하겠다는 것.
남자 1천m는 시범 종목으로 개최됐던 지난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기훈 (단국대 대학원·1천5백m)과 이준호 (단국대·3천m, 그리고 지난해 12월 프리 올림픽에서 우승한 송재근 (광문고), 3위의 모지수 (단국대) 등 우열을 가늠하기 힘든 금메달 후보들이 버티고 있다.
따라서 이들 중 3명만이 출전하는 남자 5천m 계주도 프리 올림픽에서는 캐나다에 이어 2위에 머물기는 했지만 2주 후에 있었던 하얼빈 아시아컵 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1위를 차지하는 등 상승세여서 금메달이 기대되고 있다.
또 여자 5백m는 국제 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진 못했으나 처녀 출전한 프리 올림픽 1천5백m에서 우승한 신예 김양희 (대구정화여중), 국가 대표 1차 선발전 (12월) 1천5백m에서 김양희와 함께 나란히 비공인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김소희 (대구정화여중), 그리고 역시 신예인 전이경 (신반포중) 등이 중국의 장얀메이·왕슈란 등과 메달 색깔을 놓고 다투게 됐다.
피겨스케이팅의 정성일 (한체대) 이은희 (현대고), 스키, 바이애슬론 등은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게 솔직한 평가다.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은 올림픽기와 올림픽 노래를 단기·단가로 하여 출전하는 독립국연합 팀의 우세가 예상된다.
지난 캘거리 대회를 포함, 56년이래 일곱 차례 종합 우승을 차지한 구소련은 최근의 분리독립이라는 국내 사정으로 급격한 전력 약화가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3일 모스크바에서 11개 공화국 체육장관회의 결과 독립국연합 체육위원회를 구성하고 3백80명 규모의 단일 팀을 파견키로 결정했는데 이중 86%가 러시아 연방 소속의 기존 엘리트 선수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제13, 14회 대회를 연패했던 동독이 서독과 통합된 사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독립국연합·독일 순서가 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
이어 개최국 프랑스, 미국이 3위권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캘거리 대회 (10종목·46세부 종목) 때는 소련이 금 11·은 9·동 9개로 동독 (금 9·은 10·동 9)의 2연패를 저지했었다.
알베르빌 대회는 지난 24년 샤모니 대회, 68년 그러노블 대회에 이어 프랑스에서 세번째 개최되는 동계 올림픽으로 시범 종목인 컬링과 스피드스키를 비롯, 6개 종목에 걸쳐 모두 57개 세부 종목이 13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육상 1백m격인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백m의 스프린트레이스와 은반의 여왕이 탄생되는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의 묘기대결. 남자 5백m에서는 세계 기록 보유자인 구 동독 출신의 우베 마이와 미국의 댄 젠슨이 숙명의 라이벌전을 펼친다.
지난 캘거리 대회 때 세계 최고 기록 보유자였던 댄 젠슨은 골인직전 넘어져 우베 마이에게 금메달을 넘겨주었던 것. 댄 젠슨은 3년간의 긴 슬럼프 끝에 지난해 재기, 36초59를 마크함으로써 세계 최고 기록에 불과 0초14차로 육박하고 있다.
은반의 여왕을 뽑는 피겨싱글에서는 우승 후보로 91년 세계 챔피언 일본계 크리스티 야마구치 (미국), 세계 우수 선수가 초청되는 NHK컵 대회 4연패를 달성한 일본의 이토 미도리, 그리고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4회전 점프를 성공시킨 기계 체조 국가 대표 출신 사리아 보나리 (프랑스) 등이 꼽히고 있다. 따라서 지난 캘거리 대회 때 동독의 카트리나 비트와 흑진주 데비 토머스 (미국)의 대결보다 훨씬더 치열한 경합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이미 피겨 경기장 입장권은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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