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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정부 4년 … 공기업만 살쪘다 (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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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에 인사 퇴출 실험이 불어닥치고 있지만 공기업은 여전히 무풍(無風)지대다. 한국은행과 국책은행이 마지못해 내놓은 인사제도 개편안도 '무늬만 퇴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퇴출 무풍지대에 자리 잡은 공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군살을 빼는 듯하더니 노무현 정부의 민영화 중단 이후 다시 중증 비만에 걸렸다. 김대중 정부 때 통폐합 대상이었던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는 현 정부 4년 동안 인원을 무려 50%(주공 1599명, 토공 995명)씩 늘렸다. 행정도시.혁신도시 등 각종 도시 개발과 주택 공영개발 정책을 등에 업고 경쟁적으로 조직을 부풀렸다. 댐 건설 등 일거리가 크게 준 수자원공사나 석탄공사조차 인원을 늘렸다.

기획예산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288개 공공기관의 경영 현황을 본지가 조사한 결과 2006년 말 현재 공기업 인원은 2002년 대비 2만5686명(12.1%) 늘어났다. 한 기관당 89명씩 늘린 셈이다. 4년 동안 단 한 명이라도 인원이 준 곳은 46곳(16%)에 불과했다. DJ정부 시절과 인력을 비교할 수 있는 11개 정부투자기관의 현황은 현 정부의 공기업 비만을 잘 보여준다. 외환위기 이후 비상 상황에서 9.4% 줄었던 이들 투자기관의 인원은 현 정부 들어 12.4% 늘었다.

덩치가 비대해진 만큼이나 경영도 방만해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02~2004년 정부투자기관의 임금인상률은 평균 14.6%로 매년 정부의 가이드라인(7%)을 한참 초과했다. 같은 기간 산업.기업.수출입은행의 임금인상률은 36.8%에 달했다. 각종 수당.휴가.주택대출 등 복지혜택도 푸짐하다. 사내 근로복지기금의 경우 민간기업 1인당 평균 출연액은 553만원이지만 92개 공기업의 1인당 출연액은 평균 1096만원, 3대 국책은행은 3649만원에 이른다.

정부는 다음달 1일 공공기관 운영법이 시행되면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 제도는 각 부처가 하던 공기업에 대한 감시 기능을 기획예산처로 통합한 것일 뿐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부 개혁을 담당했던 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는 "민간과 경쟁하는 분야나 실적이 부진한 회사는 과감하게 민영화해 시장의 감시를 받도록 하는 게 가장 확실한 공기업 개혁"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이세정.정경민.윤창희(이상 경제부문), 이찬호.김종윤(이상 사회부문), 안장원 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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