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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지도부 집에 인산인해/신정 손님맞이(정치와 돈:7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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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국·공천정보 탐색… 연초부터 선물공세/주간연재
정치인들은 신정에 단배식을 비롯해 세배를 하는등 여느날보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올해는 4대선거가 예정돼 있고 14대 총선거가 석달돼 채 남지 않아 정치인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층 활기차게 보냈다. 금년의 경우 세배보다 정국동향 및 공천에 대한 정보탐색의 성격이 짙었다고 볼 수 있다.
노태우 대통령도 청남대휴가를 가는 대신 청와대에서 친인척을 비롯,정계인사들과 새해 정치일정을 폭넓게 논의했다.
민자·민주 양당은 각각 관훈동과 마포당사에서 관례에 따라 단배식을 가졌고 여야 지도부는 자택에서 수백명의 손님을 맞이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박준규 국회의장,민자당의 김영삼 대표,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민주당의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의 관저와 자택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김영삼 대표댁에는 1천5백여 세배객이 몰렸다는 후문이다. 이철승·이민우·고흥문씨등 정계원로들의 자택에도 세배객은 줄을 이었다.
비단 이들 수뇌부뿐만 아니라 민자당의 김윤환 사무총장·최형우 정무1장관·박철언 의원,민주당의 김원기 총장집도 공천을 노리는 정치인들과 세배객들로 북적거렸다.
이들 실력자들의 집에서는 수백명의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갖가지 특색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대접하느라 집안식구는 물론 친인척까지 동원하고 심지어 당과 국회에 포진해 있는 비서·측근 20∼30명까지 총동원했을 정도다.
손님대접을 다소 「극진하게」한 몇몇 수뇌부들은 일부 인사들에게 세뱃돈과 선물까지 주기도 했다. 과거 신도환 전의원은 소액이지만 찾아오는 모든 세배객들에 세뱃돈을 주었으나 대체로 정치인들은 세뱃돈대신 술과 덕담으로 대신해온 것이 특징.
이같은 선물·음식준비에 대해 양당 최고위원들의 부인들은 『과거 신년 손님맞이때보다 손님이 더 몰려 음식장만에 돈이 훨씬 더 들었다』면서도 즐거운 표정.
정치인들은 자택에서 새해첫날부터 손님맞이를 시작해 연말까지 계속하므로 정치인들의 돈 씀씀이는 그야말로 새해 눈뜨자마자 시작되어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때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박준규 국회의장의 여의도의장공관은 제법 넓어 많은 사람들을 접대하기에는 다른 여야지도자들의 좁은 자택보다 수월한 편.
해마다 접견실을 두곳으로 나누어 한쪽은 대형 칵테일장으로,다른 한쪽은 떡국등 음식을 접대하는 30석가량의 식당으로 사용한다.
국회의장이어서 해마다 상당수의 새배객이 몰리고 특히 세배객들이 이집저집 오가다 점심을 해결하는 장소로 많이 애용해 국회직원들이 동원돼 수발을 들어야 할 정도.
박의장의 신년하례 특징은 「세배쌈지돈 주기」.
은행에서 준비한 빳빳한 1만원짜리 다섯장을 조그많고 노란 봉투에 넣어 친척을 포함해 일부 인사들에게 『새해복많이 받으세요』라며 나누어 준다.
3당합당후 두번째로 새해첫날을 맞은 김영삼 대표의 상도동 자택에는 그 자신의 대권담판과 민자당공천을 코앞에 둔탓인지 과거보다 2∼3배가량 늘어난 1천5백여세배객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상도동측은 이처럼 많은 손님이 몰릴 것을 예상한듯 당과 국회 여직원들까지 총동원했으며 각종 선물도 푸짐히 들어왔다는 후문. 사람키만한 대구가 선물로 들어오기도 해 눈길.
김종필 최고위원의 청구동자택엔 적·백포도주와 샴페인,각종 고급양주를 대접해 손님들의 취향에 따라 주종을 골라마시도록 했다.
식도락가인 김최고위원의 단면을 보여주는 신년하례방법이라고 새배객들은 이구동성.
박태준 최고위원은 포천이동막걸리와 바닷가재를 대접.
박최고위원은 『포천지역구의 이한동 의원으로부터 막걸리 20여통을 선물로 받아 정초손님맞이에 대비했다』고 설명.
박최고위원은 또 도금된 이쑤시개통과 휴지꽂이를 준비,찾아온 손님들에게 일일이 선물.
민주당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의 동교동과 북아현동 자택도 소속의원들과 눈도장을 찍으려는 인사들로 성황.
김대표측은 귤·떡 위주로 조촐하게 준비했는데 술은 전혀 내놓지 않았고 특별히 별미인 「목포홍어」를 대접.
김대표는 세배 잘받기로 유명했으나 올해는 악수와 목례로 대신했다.
야권통합으로 위상이 한껏격상된 이대표는 통합 첫 신정을 맞아 신민계의원뿐만 아니라 민주계 지분을 요구하는 수많은 당직자들의 인사를 받느라 눈코뜰새 없으면서도 매우 흐뭇한 표정.
전두환 전대통령과 권익현 전민정당대표등 5공 실력가의 자택도 신년하례객맞이에 분주.
전씨의 연희동자택에는 2백여명이 다녀갔는데 전씨는 『지난 88년 청와대를 떠난 이후 처음으로 신정같은 분위기를 느꼈다』고 소감을 피력.
권씨의 북아현동집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으나 세뱃돈과 돼지월 돼지일 돼지시에 만든 「삼해주」를 내놓은 것이 특징.
삼해주는 이세기 전의원이 조선왕조때부터 전래돼온 비법을 작고한 고려대 모교수로부터 전수받아 민정당의원시절 정가에 보급했는데 88년정초 노태우 대통령당선자가 자택에 세배온 손님들에게 대접하기도 했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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