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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부처 진짜 기울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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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가지 소원은 들어 준다'는 팔공산의 갓바위 부처(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431호). 영험하기로 소문난 이 부처가 요즘 "기울었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7일 갓바위에서 만난 박모(40.주부.대구 침산동)씨는 "주위에서 '갓바위 부처가 기울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변의 이야기가 마음에 걸려 등산때마다 여러 방향에서 부처를 바라보며 확인하곤 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기운 것 같기도 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경북도청과 문화재청 등 관련부서엔 최근 심심찮게 문의전화가 걸려 온다. "갓바위 부처가 기운다던데 참말이냐"등 '카더라'식 질문이 대부분이다. 갓바위 부처는 실제로 좌상(앉은 모양)을 기준해 남서쪽으로 1도 기울어 있다. 문화재청의 의뢰로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가 2001년 12월 조사한 결과다. 당시 조사가 최초여서 언제부터 기울었는지, 계속 기울고 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엔 화강암인 부처 표면의 박리(떨어짐), 이끼.미생물 등에 의한 훼손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문화재청 김창준 건조물과장은 "실제로 기울었다 해도 붕괴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김과장은 "전국에 똑바로 앉아 있는 부처가 몇개나 되겠느냐"며 "2001년 조사결과 때문에 기운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문화재청은 그러나 소문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은 8일 문화재위원회(위원 11명)를 열어 갓바위 부처의 정밀조사 문제를 검토하기로 한 것.

부처가 암반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기울기가 계속 진행되는지, 기울기가 진행되면 똑바로 세울 수 있는 지 등을 확인하려는 목적이다. 문화재청 문영빈(48)문화재위원은 지난달 말 갓바위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문위원은 "현장조사 결과 부처 주변 바닥의 균열이나 침하현상이 발견되지 않는 점으로 미뤄 계속 기우는 것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문위원은 그러나 "기운다는 소문이 계속돼 첨단장비를 동원,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갓바위 관리를 맡은 선본사는 팔공산 아래서 벌어지는 각종 공사 등을 의심하는 눈치다. 선본사 관계자는 "산 아래 늘고 있는 유스호스텔.식당.휴게소 등이 아무래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8일 열리는 문화재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주목된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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