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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양궁 김수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마침내 바르셀로나올림픽의 해가 열렸다.
어쩌면 나의 양궁인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를 대망의 92년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뭐든지 생각에 앞서 느낌으로 판단해버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에 대해서만큼은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지나친 부담감 때문이다.
활을 잡은 지 11년. 그 정도의 부담감을 짐스럽게 느낄 때는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자신감이 줄어드는 것은 선수로서 나이를 먹은 탓인지도 모른다.
아무렇지도 않던 「신궁」라는 용어에 신경이 쓰이고 나보다 앞서 신궁이라 불리던 김진호선배가 엄마가 됐다는 소식이 유난스레 큰 목소리로 귀에 와 닿는다.
바르셀로나올림픽은 과연 내 인생의 어디쯤에 얼마만큼의 높이로 서 있는가. 사람들이 뭐라하든 목표를 낮춰 잡자.
우선 올림픽 출전이 목표. 그리고 그 다음은 바르셀로나에 가서 생각하자.
지난해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처음엔 힘들고 어려웠지만 중반이후부터 자신감이 생겼고 마침내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했었다.
내 능력의 한계가 올림픽 2연패까지 가능하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김진호선배나 서향순선배도 은퇴직전에 실력이 저하된 게 아니라 그들은 싱글종합 1천3백점대를 유지했으나 나를 비롯한 후배들이 추월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 역시 예외일수는 없다.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인가 하는 것인데 지금보다 조금 더 노력해야만 올림픽무대까지는 추하지 않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텐데… .
나는 그 누구도 딱 꼬집어 적수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최대의 적은 나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한거리 당 36발을 쏘는 지겨운(?) 방식보다 한번에 승부를 끝내버리는 새로운 뉴올림픽라운드가 나의 성격에 더 맞는 것 같다.
또 「무조건 이렇게 하라」는 식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따져가는 내 스타일을 충분히 이해해 주는 이기식감독을 다시 만난 것도 기분 좋은 징조다.

<신상명세서>
생년월일1971년 4월5일
신체조건1m64㎝·58㎏, O형
학교=덕성국교→중앙여중→청주여고→고려대
국가대표=87년6월
수상경력=88서울올림픽 2관왕· 89세계선수권 2관왕·91세계선수권 2관왕
가족사항=김병선(48) 김영분(44) 씨의 1남2녀중 장녀
취미=전화 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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