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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 23명에 새삶 심었다/「장기기증 운동본부」발족 1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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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과속죄의 신장 기증등/몸을 잇는 「사랑고리」정착/성탄이브 장기이식 “최고의 선물”
『힘드시죠. 하루빨리 완쾌돼야 할텐데….』『뭐라고 감사의 말을 표현할 길이 없네요. 어떻게 이 은혜에 보답해야 할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4층 중환자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 목사·55)의 주선으로 신장을 기증,이병원 10층 일반병실에 입원해있던 송형준씨(34·경기 시흥시 신천동)는 신장을 주고받음으로써 친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된 수혜자 박태보씨(54·경기 수원시 천천동)를 방문,두손을 꼭 부여잡고 「격려와 감사」의 세밑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박씨는 아직 덜 회복된 송씨의 파리한 얼굴을 곧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송씨가 회복정도 등을 물어봤지만 박씨는 단지 『고맙다. 퇴원하면 무엇이든지 남을 돕는 일을해 은혜에 보답하겠다』며 마음속으로 되뇌일 뿐이었다.
1년6개월의 혈액투석치료를 포함,3년간 만성신부전증으로 사경을 헤매던 박씨에게 성탄전야인 24일 송씨의 신장이식은 생애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경기 안산공단의 한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며 보증금 5백만원에 월11만원짜리 셋방살이를 하는 송씨는 『사랑을 실천하자니 몸밖에 없었다』며 평화스런 미소를 지었다.
올 1월22일 발족,1년여를 맞은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지금까지 「송­박커플」과 같은 23쌍의 장기기증을 성사시켜 사경을 헤매던 23명에게 새로운 삶을 찾게해주었다.
한때 전과11범의 「대도」였다가 모범수로 가출소,속죄의 뜻으로 지난 6월 신장을 기증한 최영일(45·상업·경기도 포천군 소흘면)·수혜자 노병주(22·농업·경기도 파주군 법원읍)씨 커플.
신장병을 앓아오던 부인이 신장을 기증받자 보답으로 자신의 신장을 기증한 김정회씨(42). 김씨의 도움을 받은 이현태씨(53)의 부인 임양임씨(52)가 다시 자신의 신장을 기증해 임씨의 도움으로 새생명을 얻은 이재화씨(22·여)등 「사랑의 고리」는 연쇄적으로 이어져나갔다.
감동의 연속끝에 탄생한 23쌍의 커플은 서울은 물론 제주·부산·김제등 전국에 걸쳐있으며 기증자로는 목사·건설기술자·구두닦이·주부·고시준비생등 모든 계층이 참여했다.
현재 운동본부에는 수술대기자 13쌍을 포함,생전 신장기증자 4백30명,사후 모든 장기기증자 2천24명,시신기증자 7백81명,각막기증자 1천7백45명등 5천여명이 「사랑의 실천」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신장이식이 당장 필요한 환자는 전국적으로 7천여명으로 이중 매년 6백여명이 죽어가고 있으며 매년 1천여명씩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혈액·조직검사 등을 마친뒤 이식이 가능한 기증대기자는 5백여명에 불과해 기증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운동본부출범 이틀뒤 40대남자에게 한쪽신장을 기증,「인간승리」를 몸소 보여준 박본부장은 『선진국에서는 뇌사상태에서 가족의 동의를 얻어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 생활화돼 있다』며 뇌사인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김윤덕 한국여성개발원장·서경석 경실련사무총장·손봉호 서울대 교수등 20여명 발기인의 회비와 매달 1천원에서 10만원까지 보조하는 후원자 2천여명의 후원비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돈은 사무실운영비와 기증자 1명의 혈액·조직검사비 80여만원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한 실정.
운동본부는 내년 1월 창립 1주년을 맞아 24시간 상담용 「빛의 전화」를 개설,기증자를 늘려나가는 한편 서울올림픽공원내에 기증자의 이름·날짜를 새긴 「사랑의 탑」을 건립할 계획도 갖고있다.<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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