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홍업씨 지금이라도 물러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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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민주당의 공천을 받았다. 다음달 25일 치러지는 신안-무안 지역의 보궐선거에 나서게 된다. 피선거권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홍업씨만은 자제했어야 한다. 그의 공천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들과 민주당 내부에서까지 반발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김 전 대통령을 배출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 지역민의 순수한 애정을 이용해 자식들마저 차례로 국회의원으로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선거구를 세습할 사적 소유물로 생각하는 오만이다. 김 전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받은 사랑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렇다면 훌륭한 일꾼이 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최소한의 보답이다. 그런데도 자식들이 비리에 연루되도록 방치한 것도 모자라 "지역과 국가를 위해 좋은 봉사를 하기를 바라는 심정"이라며 또다시 선택을 요구한단 말인가.

김 전 대통령의 재임 중에도 아들들에 관한 구설은 그치지 않았다. 이들이 비리에 연루돼 법의 심판을 받은 것도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목포와 비례대표로 3선을 한 장남 홍일씨는 인사청탁.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 판결을 받아 바로 지난해 의원 직을 박탈당했다. 홍업씨도 이권 청탁 등의 혐의로 2003년부터 1년6개월간 징역을 살고 2005년 사면.복권됐다. 그렇다면 겸허하게 반성하고 자숙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다. 무슨 금의환향할 업적을 쌓았다고 사면되자마자 정치적 대표자가 되겠다고 나선단 말인가.

민주당의 '전략 공천'도 민주 정당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김씨가 민주당이나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 한 가지라도 기여한 일이 있는가.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로 신청도 하지 않고 공천장을 받는다면 정당정치도 민주주의도 존재 가치가 없다. 혈연을 강조하며 특정인의 사당(私黨)을 자임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문을 닫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김홍업씨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그곳은 그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