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수입대형차 거침없는 '로우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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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보통 1억원대였던 수입 대형 세단 시장에도 가격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국산 대형차인 에쿠스·체어맨과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수입 대형차가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1억원이 넘는 벤츠·BMW·아우디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브랜드에서 나오는 차들이지만 주행성능·안전장비는 이에 못지 않다. 합리적인 가격을 선호하는 부유층이 타깃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차(1억원 이상) 시장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많이 떨어진 가격이 장점=재규어코리아가 다음달 시판할 9000만원대 대형 세단 'XJ 2.7D'는 재규어 대형 세단 가운데 가장 싸다. 2.7ℓV6 트윈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06마력에 최대토크 44.4kg.m를 낸다. 토크만 따져 보면 4000㏄급 가솔린차와 비슷하다. 이동훈 재규어코리아 상무는 "디젤차의 가장 큰 불만 요소인 소음과 진동을 최첨단 기술로 완벽하게 잡아냈다"며 "영국 명차의 전통을 계승한 재규어의 귀족적인 외관과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계층이 점점 늘어나 예약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재규어 XJ 2.7D 9000만원대

이 차는 이중접합유리를 사용해 바람소리뿐 아니라 엔진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했다. 또 엔진룸에는 섬유유리로 만든 방음재를 붙여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10데시벨(dB) 더 낮췄다. 유럽 디젤차 소음 기준보다 7dB 낮은 수치로 가솔린 엔진과 비슷하다. 특히 차체를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강철보다 강성을 60% 높였고 무게는 40% 줄여 연비가 좋다. 노면과 속도에 따라 높낮이를 자동 조절하는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과 블루투스 전화시스템을 달았다.

폴크스바겐 페이톤은 8000만원대로 국산 대형차 수요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후한 디자인에다 조용해 지난해 693대(가솔린3.2 포함)가 팔렸다. 이 차는 하루 생산량이 30대를 넘지 않을 정도로 인테리어를 상당 부분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실내는 폴크스바겐 그룹의 럭셔리카인 벤틀리를 개발한 노하우가 담겨 있다. 4륜 구동인 페이톤은 전자식 에어서스펜션을 달아 뛰어난 코너링을 바탕으로 한 주행 안정성이 특징이다.

폴크스바겐 페이톤 8000만원대

◆국산차들도 성능 높여 방어태세=국산차는 안전도와 성능을 올려 시장을 지키는 입장이다. 현대차 에쿠스4.5(리무진 포함)는 안전성을 앞세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국이 실시하는 것과 같은 기준으로 자체 실시한 안전도 테스트에서 최고 점수인 별 5개를 받았다"고 말한다. 충돌 때 충격을 7개 방향으로 분산하는 충격흡수 차체 구조는 승객이 받는 충격을 크게 줄였다. 지능형 에어백 시스템(IAS)은 승객 탑승 및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을 판단해 작동을 조절한다. 4.5모델(7696만원)은 지난해 499대가 팔렸고, 4.5리무진(9078만원)은 넓은 실내공간 덕에 327대가 팔렸다.

쌍용차 체어맨은 지난해 6월 새 엔진을 단 최고급 모델(CM700)을 내놨다. 일반형(6707만원)과

현대차 에쿠스4.5 7696만원, 9078만원(리무진)

리무진(7750만원) 두 차종은 6개월 동안 814대가 팔렸다. 새로 개발한 직렬 6기통 3.6ℓ엔진은 최고출력 248마력에 최대 토크 35kg.m로 수입차에 버금간다. ℓ당 토크를 나타내는 토크비율( 9.7kg.m/ℓ)은 국산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쌍용차 정무영 팀장은 "정숙성이 좋고 진동이 적어 운전기사 사이에서 평판이 좋아 판매가 호조다"고 말했다. 이 차에는 국내 처음으로 카메라로 차선을 읽어 차선을 이탈하면 경보음을 울려주는 LDWS시스템을 달았다.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과 전자동 파킹브레이크(EPB)도 기본 장비다.

쌍용차 체어맨 6707만원, 7750만원(리무진)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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