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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꿈나무] 미운 엄마, 한심한 아빠 이해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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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엄마가 사라진 어느날

루스 화이트 지음, 이정은 그림, 김경미 옮김

푸른숲, 252쪽, 8500원, 초등 고학년 이상

세상이 다 못마땅해지는 사춘기 아이들의 첫번째 과녁은 제 부모다. 부모가 밉고, 원망스럽고, 한심해 보인다. 부모의 자식 사랑에는 한 치 거짓이 없을텐데, 그런데도 아이들 속에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차곡차곡 쌓인다. 참 답답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사춘기 성장통을 극복했다는 건, 어쩌면 부모와의 화해를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열두살 동갑내기 우드로와 집시가 자기 부모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렸다.

우드로의 엄마 벨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아빠는 술독에 빠져살고 우드로는 외가로 거처를 옮긴다. 거기서 이종사촌 집시를 만난다. 집시의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 러브는 2년 전 재혼했다. 벨 이모는 왜 없어졌을까. 집시는 외할머니에게서 숨겨진 진실을 듣는다. 눈에 띄게 예쁜 언니 러브 때문에 벨은 어려서부터 열등감에 시달렸다. 벨은 첫 사랑 아모스마저 언니에게 빼앗기자 가출을 했고 자신에게 처음 관심을 보인 남자와 결혼해 우드로를 낳는다. 러브는 아모스와 결혼해 집시를 낳았는데, 집시가 다섯살때 아모스는 자살한다. 자원봉사 소방대원이던 아모스가 불을 끄다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이를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집 나간 엄마와 자살한 아빠. 우드로와 집시는 각각 제 엄마와 아빠가 부끄럽다. 그래서 숨긴다. 우드로는 엄마 얘기가 나오면 황당한 우스개로 둘러대고, 집시는 "아빠는 불을 끄다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한다.

숨길수록 감당하기 힘들었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고서야 두 아이는 안정을 찾는다. '벨 이모는 아빠가 나를 떠난 것처럼 자신의 의지로 우드로를 떠났다. 우리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너무나 사랑했지만 고통이 더 컸던 것이다. 그러니 그분들을 용서해야만 한다'는 집시의 독백이 나오기까지 갖은 우여곡절이 펼쳐진다.

이 책의 교훈은 또 있다. 자식에게 큰 상처를 남긴 아모스와 벨이 그렇게 '못난' 부모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못난' 외모 때문이란 것. '그렇다고 인생을 망치면 어떡하냐'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면 일단 성공이다. 생김새만 중요한 게 아니란 교훈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니 말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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