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핸드볼 자력으로 "오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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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9월1일 일본 히로시마 선플라자체육관.
한국의 남녀핸드볼대표팀이 난적 일본·중국을 완파하고 사상처음으로 자력으로 바르셀로나올림픽동반출전권을 따내자 한국의 임원·선수·코칭스태프는 서로 얼싸안고 진한 감격의 순간을 만끽했다.
체육관을 꽉메운 5천여명의 교민 및 일본관중들은 한국선수들의 선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여자선수들은 흐르는눈물도 아랑곳않고 엉엉 울어버렸다.
88서울올림픽·90북경아시안게임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있는 지난1년간의 참담한 모습이 주마등처럼 선수들의 뇌리를 스쳤기 때문.
올들어 남녀대표팀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사령탑을 이규정(이규정·상무) 감독과 정형균(정형균·한체대) 감독으로 바꾸고 올림픽티킷을 못따면 한국핸드볼은 끝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선수들에게 팽배해진 것뿐. 핸드볼인들은 바르셀로나 올림픽티킷이 걸린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적지인 일본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크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벼랑에 선」각오를 새롭게 했다.
한국선수단이 일본에 도착, 개막식 환영연회에 참석하면서부터 주최국 일본의 주도면밀한 「필승전략」이 알게 모르게 코칭스태프의 신경을 자극시켰다.
여자는 한국과 중국의 첫날 경기가 사실상 결승전이었으므로 한수아래인 일본으로서는 관심밖의 영역.
남자의 경우 한국을 올림픽출전권 획득의 최대걸림돌로 판단한 일본은 기발한 대진방식을 동원해 한국과의 경기를 맨뒤로 미루는 한편 한일전의 심판으로 사전에 배정되다 시피한 독일·덴마크심판에게 집중적인「미소공세」를 퍼부었다는 후문.
즉 모든 심판이「싱글」로 초청이 됐으나 이들에게만 부부동반의 항공편과 숙박권이 제공됐으며 한술 더해 귀국길에는 동남아를 경유, 관광을 즐기고 돌아가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는 환대를 베풀었다.
핸드볼에서 적전을 벌이거나 지고있는 팀이 추격해 들어올때 심판의 결정적인 휘슬하나로 승패가 갈라지는건 상식.
일본은 한술 더해 독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국제심판을 이들 독일어권 두심판에게 전담안내요원으로 배치, 쇼핑·관광도 함께하게 하는 양동작전을 구사했다.
한국으로서는 당연히 대책을 세우지 않을수 없었고 전임회장이었던 김종하(김종하) 명예회장이 총대를 메었다.
지난7월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안청수(안청수) 회장은 아직 국제무대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아 직접 나설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아 국제핸드볼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있는 김종하회장은 이 역을 흔쾌히 수락, 탁월한 외교수완(?)을 과시함으로써 심판섭외와 경기장분위기를 주도해 나갔다.
일본과의 결승전 종료10분을 남기고 일본의 추격이 21-19, 22-20으로 압박해 들어오는 순간 주심의 싫지않은 휘슬 한두번이 한국의 사기를 고조시켰고 일본의 상승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다.
독일·덴마크심판부부는 귀로에 동남아대신 서울에 들러 며칠간 쉬다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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