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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간 이견커 곳곳에 암초/협력체제(소 공동체시대: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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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앞으로 2∼3개월이 운명좌우
21일 카자흐공화국 수도 알마아타에서 체결된 독립국가공동체 협정은 소련연방의 완전한 종식과 이를 대신한 새로운 형태의 국가연합이 지구상에 탄생했음을 정식 확인해 주었다.
이 협정의 체결로 지구의 6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4백만명의 군대와 핵무기,2억8천만명의 인구를 가졌던 소련은 공식적으로 거듭 소멸했고 이 자리에는 강력한 민족의식과 야심만만한 계획을 갖고 있는 지도자들에 의해 통치되는 12개의 새로운 국가가 공동체라는 느슨한 형태의 집합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현존하던 국가와 통치자를 하위집단의 합의로 해체,하야시키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형태의 무혈쿠데타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날 체결한 여섯가지의 기본합의에 따라 구소연방은 개별공화국의 독립을 하용하면서도 핵무기의 단일통제 및 전략무기를 관장할 통합군,외교정책의 공동보조,비록 당분간이지만 단일통화의 유지 및 사용등이 가능하게된 국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맹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조직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날의 회합에서 만들어진 여섯가지의 기본합의를 뜯어볼 경우 공동체의 앞날을 불안하게하는 구석들을 너무나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우선 핵무기 및 통합군에 관한 합의를 오는 30일 벨로루시의 민스크에서 개최될 회의로 미루었다.
이미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공화국이 자국의 민족주의 세력들에 밀려 공동체협정의 일부조항을 수정한 것처럼 이날의 합의사항도 각 회원국 최고회의의 비준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수정될 가능성도 크다.
공동체의 합의를 계속해 뒷받침하고 실질적인 추진력으로 작용할 경제협력에 대해 회원국들이 공동보조보다는 독자개혁노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 앞으로 공동체의 원만한 운영이 매우 힘들어지리라는 점을 충분히 예고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정치분석가들이 이날 협정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현국경선의 인정문제만해도 그 속뜻을 살펴보면 많은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다.
즉 이러한 합의는 현재 사실상 전쟁상태에 있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국경분쟁등 각공화국의 민족분규와 국경분쟁에 공동체가 현존하는힘(물리력)의 해결방식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스크바에서는 벌써부터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 러시아공화국 이외의 지역에 살고 있는 2천5백만명 이상 러시아인들의 권리와 인권을 외면했다는 민족주의자들의 비난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핵무기의 단일통제와 통합군의 운영문제도 기본원칙에 관해서는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사실상 해결하기 어려운 이견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두번다시는 러시아의 영향력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우크라이나의 경우 비핵화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핵을 러시아에 이양하는 방법보다는 자기들 스스로 폐기문제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나아가 카자흐공화국은 러시아가 핵을 폐기하기 전까지는 자신들도 핵을 폐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크림지역등 분규지역에 대해서도 소속공화국과 그 지역거주민이 선택한 공화국이 공동으로 소유·관할권을 갖는 「공유안」(콘도미니엄안)을 내놓고 있으나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문제들이라 쉽게 해결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공동체의 운명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전망은 앞으로 2∼3개월의 실험기간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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