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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우수 학생 못 뽑아" 교육부 "사교육만 키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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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학은 '3불정책'때문에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고 재정난에 시달린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국가 발전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본고사 대신 수능.논술.내신을 다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다.

또 기여입학제 금지 때문에 대학 재정이 충분하지 않아 가난한 학생들에게 입학.장학 혜택을 주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학이 본고사 도입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능.논술.내신 성적으로는 학생들의 실력을 제대로 변별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강호상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고사를 못 보고 수능마저 등급화되면 학생들의 실력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논술 채점을 할 때마다 '이걸로 어떻게 학생을 뽑나'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본고사를 허용하면 사교육 시장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여입학제의 핵심은 대학의 재정 문제다. 대학들은 정부가 ▶사립대에 대한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등록금 인상을 제한하고 ▶기여입학까지 막으면 대학이 발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혜련 이화여대 기획처장은 "기업들의 발전기금 기부도 줄어 사립대 대부분의 재정이 악화됐다"며 "교육부는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교수를 많이 뽑으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여입학제는 "빈부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3불정책은 교육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학의 생각은 정부와 다르다. 현선해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여입학제가 도입돼 학교 재정이 좋아지면 장학금을 늘려 소외 계층 학생을 더 뽑을 수 있다"며 "교육부가 기부금이 투명하게 운영되는지 관리하면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수능.내신.논술을 다 하라고 하니까 사교육비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3불정책 폐지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정창영 연세대 총장은 "기여입학제가 도입돼도 아버지의 기부금으로 아들이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 손자가 입학 혜택을 보는 수준 정도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방식으로 적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본고사도 공교육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실시할 것이고, 고교 등급제도 10년 이상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신중히 적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각 대학의 전문가들로 실무작업팀을 꾸려 합리적으로 기여입학제나 대학 자율 입시의 원칙을 정하겠다"며 "기여입학은 정원 외 입학이 될 것이며, 기부금은 교육비로만 쓴다는 원칙 등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언.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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