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시가 시세 반영률 '고무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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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부 김모씨는 최근 자신의 아파트 공시가격을 확인하고는 속이 많이 상했다. 김씨는 "아파트 가격이 올라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44%나 뛴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의 88%나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평했다.

김씨가 사는 경기도 남양주 덕소 두산위브 아파트 76평의 공시가격은 9억9200만원. 그런데 지난해 10월 하순에 실제 거래된 가격은 11억2000만원으로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이 88.6%에 달한다. 김씨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시세의 80%에 맞췄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으로 이의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14일 건설교통부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기준이 되는 전국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발표한 이후 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거래가격이나 시세의 80%가 넘는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60%에 불과한 아파트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6.4% 오른 공시가격이 올해는 24% 급등하면서 공시가격을 둘러싼 민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편차 심한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건설교통부는 공시가격을 지난해 9~12월 조사 당시 시세의 80%가 되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남양주 덕소 두산위브 아파트의 70평 이상 대형 평형의 경우 대부분 실거래가의 80%를 넘는다. 53평형의 경우 한강 조망권이 좋은 아파트의 실거래가 대비 반영률은 71%였지만 조망권이 나쁜 아파트의 시세 반영률은 85%에 달했다. 조망권에 따라 같은 평형이라도 실제 거래가격이 1억원 이상 차이가 나지만 공시가격엔 이런 차이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조망권이 좋지 않은 아파트 보유자가 세금을 더 내는 셈이 된 것이다.

반면 공시가격이 너무 낮은 곳도 있다. 실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분당의 파크뷰 95평형의 공시가격은 매도 호가의 46.9%, 서울 목동 하이페리온 75평은 매도 호가의 50~60%에 불과했다. 대개 매도 호가가 실거래가격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공시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된 것이다.

◆건교부 "이의신청하면 재조정"=건교부 박상우 토지기획관은 "공시가격은 실거래가, 부동산 정보업체의 가격, 인근 부동산에 대한 탐문 가격은 물론 층.향.조망.소음 등을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며 "공시가격이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다음달 4일까지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공시가격에 따라 세금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확하게 조사돼야 할 것"이라며 "평가 인원을 늘리는 등의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준현.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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