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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부정/「검은돈」만 백억… 50명 구속(추적 ’91: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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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근본대책” 흐지부지/재정난 핑계 기여입학제 거론/교육부선 뒤늦게 “감사” 엄포만
학생의 입학을 둘러싼 부정한 돈거래로 대학의 신뢰·권위가 밑바닥까지 허물어져 내린 한해였다.
연초 서울대·이화여대·건국대·부산여대·동아대의 음대입시에 이어 건국대·성균관대·고신대의 대규모 입시부정이 밝혀지더니 이대무용과 부정이 드러나 10월까지 입시부정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대학총장·재단이사장·교직원·학부모 등 50명이 구속되고 13명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거래된 돈의 규모는 1백억원을 넘었다.
89년의 고려대·동국대,90년의 한성대에 이어 밝혀진 올해의 입시부정으로 대학은 더이상 「지성·권위의 상아탑」으로만 비쳐지지 않게 되었다.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던 온갖 유형의 입시부정이 사실로 확인된 가운데 특히 건국대·성균관대·고신대의 경우는 총장이나 재단이사장에 의해 계획돼 적극적으로 검은 손길을 뻗쳤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실망이 더 컸다.
입시를 둘러싼 대학의 비리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자 교육부는 부분적으로 입시제도를 손질하고 부정을 저지른 대학에 제재조치를 가했다.
건국대·성균관대에 대해서는 올해 입시에서 모집인원을 91학년도 부정입학자 숫자만큼 각각 13명·1백2명씩 감축했다. 이와 함께 입시부정이 없었다면 2억∼3억원씩 지원됐을 도서 및 실험실습설비 확충지원금이 이들 대학에는 한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또 실기고사 채점위원과 학부모들의 결탁에 의해 저질러지는 예체능계 입시부정 방지대책으로 실기성적 반영률이 40%이하로 5∼20%씩 낮춰지고 채점방식도 공동관리에서 대학관리로 바뀌었다. 올해 입시에서는 실기시험장에서 수험생과 심사위원들 사이는 물론 심사위원들 사이에까지 커튼·칸막이가 쳐지는 웃지못할 장면이 펼쳐지고 수험번호를 실기고사장에서 나누어주는 등 대학마다 입시부정 방지대책이 백출했다.
이와 함께 92학년도 각대학 입시요강에는 「금품수수등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한 학생은 합격 및 입학을 취소한다」는 조항이 명문화됐다.
입시부정은 또 사립대학의 심각한 재정난이 한 요인으로 제기됨에 따라 정부가 기여입학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고등교육연구회(회장 김난수 광주대총장)는 사회의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박영식 연세대총장)와 함께 그동안 세차례의 세미나·공청회를 통해 제한된 방법으로 기여입학제를 실시할 것을 건의,교육부가 검토중이다.
건국대·성균관대·고신대의 구속된 전총장과 재단이사장 등 13명은 1심이나 2심에서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 대학으로 돌아갔으며 성대 한동일 전교무처장만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중이다.
부정을 저지른 이유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교의 재정난 때문이었다는 사정이 참작됐다는 재판부의 판결이었다.
그러나 부정입학금을 착복한 것으로 밝혀진 건국대 김용한 전총장등 3명은 파면조치된채 아직도 해외도피중이며 예체능계 부정으로 구속된 대학강사중 상당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이다.
이대무용과 홍정희 교수등 3명은 18일 징역 3∼2년이 구형됐다.
부정입학 기부금은 고신대가 10월말 재단이사회에서 5억7천5백만원 전액을 심장병·신장이식 등의 환자치료·장학금으로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건대는 도서관건립에 썼고 성대는 신설을 추진중인 의대 건물을 짓는데 쓰기위해 62억원을 그대로 예치중이다.
한국무용계의 대모격인 홍정희·육완순·김매자 교수는 사표를 내 모두 수리됐으며 학교측은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교수지원서를 접수중이다.
한편 사실확인 단계에서 미온적인 자세를 취해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은 교육부는 92학년도 입시가 끝나는대로 1월부터 상당수의 대학을 대상으로 특별입시감사를 편다는 계획이다.
대학과 교수,학부모가 함께 빚어낸 최악의 입시병 부정입학은 1백가지 대증처방보다는 결국 양심회복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 또다시 입시를 치르고 있는 우리에게 91년이 준 교훈이었다.<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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