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막판까지 당리흥정/추곡안 놓고 대치… 총선앞둔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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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합의서 정국」 견제의도 깔려 더 혼선
13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18일 폐회 마지막 순간까지 여야간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계산과 흥정으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파행을 겪고 있다.
여야는 지난번 상임위에서 날치기파동을 겪었던 추곡수매동의안과 제주도개발특별법안 및 바르게살기운동조직육성법안등 3대쟁점과 남북합의서 지지결의안의 본회의처리를 놓고 「초읽기 절충」을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지못한채 진통을 거듭.
이는 법안자체에 여야간 의견차가 큰데다,무엇보다 내년 총선전략과 맞물려 있을뿐 아니라 남북합의서가 민자당내 대권구도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는등 양당간,여권내 계파간의 복잡한 계산이 도사려 있기 때문. 민자당의 김영삼대표계와 민주당은 또 대권 및 총선전략구도에서 1월 임시국회소집에 묘하게 이해를 같이해 여야절충을 한층 꼬이게 한 측면도 있다.
막판에 들어 민주당측이 예상대로 추곡수매동의안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표면상 쟁점이 단순해졌지만 대치의 강도는 높아졌다.
야측은 추곡수매량을 ▲1천만섬으로 늘려주면 합의통과 ▲9백50만섬이면 표결반대하고 제주도개발특별법안과 바르게살기 운동조직육성법안등을 절충할 수 있으며 남북합의서 지지결의안 채택도 가능할 수 있다고 김정길 총무는 강조하고 나왔던 것.
이처럼 일괄타결의 열쇠가 추곡문제에 있음을 시사한 것은 농민문제에 관한한 야당측의 선택의 폭이 좁은데다 내년초 총선에서 농민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자당측은 18일 당무회의에서 ▲추곡수매안은 정부안대로 통과시키고 ▲바르게살기운동조직육성법안은 발효일을 차기 대통령선거 이후로 늦추고 ▲제주도개발법안은 문제조항을 삭제했으므로 더이상 절충의 여지가 없다고 강행방침을 재확인했다.
여측은 남북합의서의 국회지지결의안이 합의서 효력발생에 법적선결요건이 되지않는데다 국회결의를 추진한 것이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기위한 것이므로 야당측이 반대하면 밀어붙일 필요가 없다고 방향을 선회했다.
이자헌 민자당 총무는 이 문제를 청와대와 논의하면서 국회단독처리가 남북대화에 부담을 주고 합의서 성과자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핵사찰문제에 추가적인 돌파구가 열리면 국회논란도 자연 수그러들 것이라는 계산을 한듯하다.
따라서 여측은 막판 협상도 타협점 모색보다 몸싸움을 피하자는 모양새갖추기에 역점.
민자당일부에선 추곡수매량을 50만섬 늘리거나,내년 1월초 임시국회를 열어 쟁점법안 일부를 넘기자는 의견이 김영삼 대표계에서 대두되기도 했으나 민정·공화계의 강한 반발만 받았다.
남북합의서 처리를 놓고 주목을 끈 것은 소위 경쟁적 협조관계라는 양김(김영삼 민자,김대중 민주대표)의 기묘한 「신공조체제」가 엿보이는 대목으로 막판절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김대중대표가 『이번 합의로 남쪽엔 내각제개헌,북쪽엔 김정일 체제강화로 이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으며 맞장구치듯 김영삼 대표의 측근인 김덕룡 의원은 『내각제를 하고 싶은 세력이 나올 수 있다』고 모두 대권전개 질서변화를 경계했다.
실제 양김씨는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예상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양김대결구도에 미칠 장단기 파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회의 처리결과와 내용을 놓고 여야는 바로 이어질 총선정국의 선전소재로 활용할 것이 틀림없고 그때문에 끝내기 협상은 정국주도권 경쟁의 양상을 보여 정기국회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쟁적 차원에서 머무른 셈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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