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 위협 논란… 두바이 기업들 잇단 미 기업 M&A 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두바이 국영기업의 저돌적 기업 인수 시도로 미국 내 안보 논쟁이 일고 있다. 안보와 밀접한 업종에 계속 손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중동 국가 아랍에미리트(UAE)를 이루는 토후국의 하나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바이에 본부를 둔 항공 관련 국영회사인 '두바이 에어로스페이스 엔터프라이즈(DAE)'가 미 칼라일 그룹의 항공기 정비 및 터빈 관리 업체인 '랜드마크 애비에이션'과 '스탠더드 에어로 홀딩스'를 15억 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엔 '두바이포트월드(DPW)'라는 다른 국영회사가 뉴욕항 등 미국 내 6개 항만 운영권을 사들여 사업을 시작하려다 미 의회의 반대로 좌절한 바 있다. 두바이가 다른 주변국들보다 훨씬 개방적이긴 해도 엄연한 중동 지역이라 그 나라 업체에 안보와 직결된 항구를 맡길 수 없다는 게 의회의 논리였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두바이 기업이 항만을 운영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DPW는 최근 항만 운영권을 미국계 보험사인 AIG에 되팔았다.

이번에도 똑같은 안보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보수 언론인 WSJ는 "비록 항공기 정비 등 일상적인 보수.유지 업종이지만 이 분야에 두바이 기업이 진출할 경우 민감한 안보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11일에는 세계 굴지의 유전 탐사 회사인 미 핼리버튼사가 텍사스에 있는 본사를 두바이로 옮기겠다고 발표해 DAE의 미 기업 인수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