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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총장 조기 퇴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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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성일 공군참모총장이 지난 1월 2일 새해 첫 지휘비행을 하기 위해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조종석에 앉아 있다.[중앙포토]

김성일 공군참모총장의 사의 표명은 잇따른 사고에 대한 문책 성격을 지녔다. 공군 최고지휘관이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지난달 13일 KF-16 추락 사고는 정비만 제대로 했으면 예방할 수 있었다. 미국의 부품 제작사와 미 공군이 KF-16 엔진 불량 부품을 교체하라고 통보했는데도 정비사는 2004년 6월 엔진을 분해 정비하면서 '교체할 게 없다'고 보고했다. 정비 불량으로 전투기가 추락한 것은 공군 사상 처음이다. KF-16 전투기 한 대의 가격은 420억원이다.

지난해 2월에는 1000억원대의 최신형 전투기인 F-15K 전투기를 기지 내에서 옮기는 중 맨홀에 바퀴가 빠졌다. 이 사고로 비행기 날개가 부서졌으며 수리비가 수억원 들었다.

이 밖에도 김 총장 재임 기간 동안 F-15K가 훈련 중에 추락했고, 블랙이글팀 소속 전투기가 에어쇼 도중 추락했다. F-16C 전투기가 이륙 중에 화재로 추락하는 일도 있었다.

감사원은 전투기 사고를 계기로 지난달부터 특별감사를 시작해 김 총장은 더욱 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최근 끝난 공군 자체 특별감찰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추락한 KF-16 외에도 불량 부품을 교체하지 않은 채 비행한 KF-16 전투기가 더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21일 발표문에서 "특별감찰 결과 공군 군수 지원 분야의 체계상 부실함을 확인했다"며 "일련의 잘못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심정으로 사퇴키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김 총장의 조기 퇴진에 정치적 배경이 깔린 게 아니냐는 의문이 그것이다. 김 총장이 무기 도입 사업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놓고 권력 핵심부와 이견이 있었다는 설 등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김 총장의 교체설은 3월 중순부터 나돌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윤장호 하사의 애도 기간인 3월 1일 계룡대 골프장에서 군종장교 7명과 골프를 친 것도 문제가 됐다. 이 같은 행동은 합참에서 '장성급 골프 자제' 문서를 관련 부대에 보내고 육군본부도 골프 자제령을 예하부대에 지시한 것과 대비됐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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