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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부탄가스 흡입/국교생까지 마구 번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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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린 뇌세포」에 치명적 손상/환각비행 갈수록 늘어나/형사처벌 안되고 체계적 지도없어 무방비
국민학교 어린이에게까지 본드·부탄가스 흡입이 파급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어린이는 주로 부모의 무관심속에 방치돼 있거나 결손가정의 아이들,또는 가출소년들로 비슷한 연령끼리 또래집단을 이뤄 공원·야산 등지를 돌아다니며 본드 등을 흡입하고 있다.
더구나 국민학생들은 본드·부탄가스 등을 마시다 경찰에 적발되더라도 형사미성년자(14세 미만)로 처벌이 안되는데다 전문적인 지도조차 무방비상태여서 대책이 시급하다.
또 본드등 약물에 중독된 아이들은 언어장애·근육경련·기억력상실 등의 부작용으로 학교수업은 물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데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치료기관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실태=문제아동·청소년들을 상담·치료하는 기관인 서울시립 동부아동상담소에 입소,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군(K국교 5중퇴·11)은 국교 4년째인 지난해부터 동네친구 3∼4명과 어울려 다니면서 폐차장에 버려져 있는 버스안과 공원 등에서 몰래 본드를 마셔왔으며 환각상태에서 가게 등에 들어가 물건·돈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으며 어머니는 가출했고 아버지마저 사망,7순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해 왔다.
박모군(S국교 6·12)은 동네 선배인 중학생으로부터 국교 4년때 담배·본드를 배우기 시작,근육경련·동공확대등 중독증세를 보여 6∼7월 두달간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으며 부모는 모두 노동일에 종사해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다.
H국교 6년 이모군(12)은 『옷을 사줄 때도 부모님이 일일이 골라주는등 너무 참견이 심해 부모님에 대한 반항으로 일부러 보는 앞에서 마시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이에 대해 김보애 서울시립 동부아동상담소 부장(35·여)은 『4∼5년전만 해도 본드·부탄가스 등을 흡입하는 연령이 17∼18세가 가장 많았으나 요즘은 14∼15세로 낮아졌고 국교생들도 한달평균 3∼4건씩 상담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원인·문제점=교육관계자들은 본드 등을 마시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고 국교생에게까지 파급된 것은 전자오락실·만화가게·유흥업소 등이 학교주변에 너무 많고 자녀에 대한 부모의 무관심,지나친 간섭 등이 자제력이 약하고 호기심이 강한 어린이들을 충동질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왕기 약물남용연구소장(강원대 약대 교수)은 『본드·부탄가스 등은 지용성(지방침투작용)이 강해 특히 지방이 많은 뇌세포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뿐 아니라 심장·신장·간·골수까지 파괴시킨다』고 말하고 『청소년기는 세포가 약하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고 경고했다.
◇대책=교육 전문가들은 국교생등 청소년들의 본드 흡입등 비행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주변 유해업소들을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들끼리 또래집단을 형성할 수 있는 전자오락실·만화가게 등에도 국교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출입을 못하도록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업주의 양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청소년약물중독전문치료기관을 설치,이들 학생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해 정상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일선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약물 오·남용에 관한 지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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