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오르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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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호텔 총주방장의 일과는 보통 8시쯤 출근으로 시작, 오후10시까지 계속된다. 긴 근무시간동안 총주방장은 수시로 모든 주방을 돌아다니며 부하 조리사들에게 현장교육을 실시하고, 요리맛을 보기도 한다. 때문에 힐튼호텔 하우스버거씨는 음식맛 점검을 위해 저녁식사를 하지 않을만큼 음식의 질관리에 신경을 쏜다.
총주방장들에게 음식맛 관리만큼 중요시되는 역할은 경영적인 측면. 아무리 판매량이 많아도 원가비용이 높으면 헛장사 한 것이 되므로 음식의 질과 양이 적정선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하면서 이윤이 남게 메뉴와 조리법을 개발하는 일이 사실 가장 어려운 임무라고 총주방장들은 말한다.
그밖에도 총주방장들은 각레스토랑의 주방과 창고집기류들을 관리하며 주방식구들의 채용·승진·해고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 상한 음식은 없는지 위생상태 점검도 총주방장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며 단골 VIP나 국내의 귀빈들을 모실때는 직접 요리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면 임무도 크고 명예도 큰 호텔 총주방장이 되기 위해 신참 요리사가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일은 무엇일까.
쉐라톤 워커힐 김주방장은 프라이팬닦기와 접시닦기, 이어 감자·양파 껍질 벗기기로 이어지는 혹독한 교육과정을 거쳐 스테이크고기를 갈라보는데 10년간의 세월이 걸렸다고 회고.
서울 플라자호텔의 백주방장은 초기 제과기술을 배울때 당도계가 없어 펄펄 끓는 설탕물에 직접 손가락을 넣어 굳은 정도를 알아보았다는 당시의 눈물겨운 얘기를 들러준다.
그러나 요즘은 교육과정이 한결 쉬워진 상태. 호텔마다 새로운 메뉴가 개발되면 수첩에 조리법과재료의 양등을 상세히 적어 외우게하며 호텔신라의 경우는 그림까지 그리게해 전수시킬만큼 적극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롯데호텔과 호텔신라는 6개월 또는 1년 과정의 훈련생을 모집, 조리사 인력을 자체 양성하고 있는데 훈련생 시험경쟁률이 30대1에서 50대1에 이를 만큼 치열하다.
요즘은 전문대생들이 주를 이룰 만큼 학력도 높아졌다.
조리사가 되려면 반드시 노동부가 시행하는 국가기술자격 검정 2급 조리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이 시험은 필기와 실기 2개 과목으로 1년에 4회 실시.
이제까지 배출된 조리사는 약5만명정도로 그들은 대부분 호텔 총주방장이라는 영광된 자리를 꿈꾸지만 실제로 이들이 호텔 총주방장이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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