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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쏟아지는 테러범 자백 반전 여론에 물타기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 4주년(20일)을 앞두고 수감 중이던 알카에다 간부.조직원의 자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와 신빙성 논란이 일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19일 알카에다 조직원인 왈리드 모하메드 빈 아타시가 2000년 예멘에서 미 해군 구축함 USS 콜호를 폭파한 혐의를 지난주 시인했다며 군사법원의 재판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2003년 체포된 이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아타시는 군사법정에서 자신이 테러 대원을 모집하고 폭발물을 구입하는 등 USS 콜호 테러를 주도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앞서 14일에는 미 국방부가 알카에다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온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의 법정 진술을 공개했다. 즉 9.11 테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1993년 세계무역센터 지하주차장 폭파 테러를 비롯해 발리 나이트클럽 폭발 사건, 신발 폭탄을 이용한 2건의 비행기 테러 미수사건 등 29건의 테러를 자신이 계획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테러범들의 이 같은 진술이 공교롭게도 이라크전 발발 4주년을 앞두고 동시다발적으로 나오자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ABC-TV의 인기 아침 시사프로인 '더 뷰'의 진행자이자 코미디언인 로시 오도넬은 자신의 프로에 출연, "미국인들이 모하메드를 고문하고 거짓 사실을 진술하도록 강요했을 게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체포 후 진술까지 3년이나 걸렸다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같은 날인 14일, 미 연방 검찰은 미국의 세계적인 농산물 회사인 '치키타 브랜드 인터내셔널'이 콜롬비아 테러단체에 거액을 준 사실이 드러나 2500만 달러(약 23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사회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 4주년을 맞아 고조된 반전 분위기를 희석시키기 위해 테러범들의 자백을 공개하는 등 '물타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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