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인기작가] 14. 하이타니 겐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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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69.사진)는 교사 출신이다. 그래서 그의 첫 장편동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양철북)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우리 선생님 최고'(논장)와 '모래밭 아이들'(양철북)은 물론 최근 번역된 '너는 닥스 선생님이 싫으냐?'(비룡소)도 마찬가지다.

17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던 그는 "연약한 성격 때문에 훌륭한 선생님 되기를 포기하고, 친구같은 선생님이 되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친구같은 선생님은 동화 속 곳곳에 등장한다. '나는 선생님…'의 아다치 선생님부터 '너는 닥스…'의 닥스 선생님까지. 단정치 못한 외모에 말투마저 나사 빠진 듯 어눌하지만 아이들의 가정 환경과 고민을 쉼 없이 관찰하고 이해하려 드는 선생님이다.

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기존 시각으로 보자면 '문제아'들이다. 반아이들과 말도 하지 않고 쓰레기처리장에서 살면서 파리만 관찰하는 데쓰조, 배불뚝이 선생님을 '씨름꾼 아저씨'라고 놀리는 반항적인 요코 등. 그의 동화는 이런 아이들과 선생님이 하나가 돼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말이 짐작되는 듯하지만 책을 읽으면 다르다. 투박한 문장은 거의 예외없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하이타니는 어린 시절에 용접공과 점원 일을 할 정도로 고생도 했고, 교직에서 물러난 뒤로는 아시아 각국을 여행했다고 한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경험이 묻어나서 그럴까. 책 속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교육이란 틀에 맞추려 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대상이 아닌 배우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는 하이타니의 지론이기도 하다.

중학생 아들을 잃은 중년 남자와 유복하지만 일요일마다 가출을 일삼는 소년의 만남을 보여주며 사춘기의 방황을 그리는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사계절), 부모의 별거로 맘의 상처를 입고 동물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겐 이야기 등이 담긴 동화집 '외톨이 동물원'(비룡소)도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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