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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탕자쉬안 '북 자금 인도적 사용'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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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 북한 자금의 전액 반환 배후에는 중국의 탕자쉬안(사진) 국무위원이 있다. 그의 조정력이 BDA 북한 자금 처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장(장관)을 역임한 탕 위원은 6자회담 중국대표단을 총괄하는 최고위 당국자다.

탕 위원은 최근 북한 자금 처리와 관련해 북한과 미국에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재무부가 BDA를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한 뒤 반환 액수를 놓고 북.미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었다. 북한은 "BDA 동결 자금이 전액 해제돼야 영변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고 압박까지 했다. 6자회담 위기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탕 위원이 천영우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과 협의 끝에 만든 제안은 '조건부 전액 해제'였다. 인도적 용도로 쓴다는 조건으로 자금 전액을 북한에 반환해 주자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김 부상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탕 위원은 동결된 북한 자금이 불법 자금인 만큼 반환 대상이 아니나 인도적 용도를 조건으로 내세워 미국을 설득해 동의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엔 '명분'을, 북한에는 '실리'를 안겨준 셈이다. 그러면서 탕 위원은 자금 반환 시점도 조건부로 타결지었다. 이는 미국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었다. 베이징(北京)의 외교소식통은 19일 "해제된 BDA 자금을 중국이 일정 시간 관리하게 될 것"이라며 "BDA 자금을 북한이 원하는 (북한은행) 계좌로 이체하려면 6자회담에서 핵 폐기 일정에 대한 합의문에 사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미 재무부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해제된 북한 자금은 중국은행의 북한 계좌로 일단 옮겨진다. 북한 자금 반환 시점을 '2.13 합의' 이행과 연계시킨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시설 폐쇄 절차 이행에 대한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탕 위원의 탁월한 조정력이 표류 위기에 봉착한 6자회담을 순항하게 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탕 위원은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6자회담이 좌초 위기에 직면했을 때도 특사 자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핵무기를 보유하는 한 북한을 지원할 수 없다"며 북한의 복귀를 이끌어 냈었다.

베이징=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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