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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두 얼굴의 '아이비' 인기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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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간극이 큰 두 장르의 곡을 동시에 소화해 내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한층 향상된 가창력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앨범을 내면서 댄스곡과 발라드곡을 동시에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전략은 유례가 없는 실험이다. 그러나 대중은 이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유혹의 소나타'와 '이럴 거면'은 각종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대중은 '노래 잘하는 섹시한 가수' '라이브로 댄스곡을 부르는 가수'를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노출 의상을 입지 않고도 눈빛과 카리스마만으로 사람을 홀리는 마력(유혹의 소나타), 노랫말에 몰입해 눈물까지 흘리는 풍부한 표현력(이럴 거면)에 대중은 열광한다. '아이비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듯하다. 164㎝, 45㎏의 가녀린 몸매와 여성스럽고 단아한 이미지,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카리스마가 나오는 걸까.

-라이브 도중 왜 눈물을 흘렸나.(그는 9일 방송된 KBS 2TV '윤도현의 러브 레터'에 출연, '이럴 거면'을 부르며 눈물을 흘려 화제를 모았다)

"가사 속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하며 부르니까 눈물이 났다. 녹음할 때도 발라드곡만 부르면 울었다. 가사가 슬프지 않은가. 그리고 데뷔 전 나를 떠나간 남자에 대한 기억도 작용했다. 그런 경험이 없으면 감정이입이 힘들다."

-이효리와 비교되는 것에 대한 생각은.

"효리씨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좋은 가수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자극받는 게 큰 도움이 된다. 효리씨나 인영씨(서인영) 무대를 모니터하면서 많이 배운다. 효리씨는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좋아하는지를 아는 가수다. 그의 카리스마와 섹시한 매력이 부럽다. 그리고 효리씨는 어느 각도에서 봐도 얼굴이 예쁘다. 나는 카메라에 비친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 때가 있다. 효리씨가 섹시하면서 친근한 이미지가 있다면, 나는 도도한 이미지랄까. 사실 그건 의도한 측면이 강하다. 실제로는 털털한 면이 많은데 보여 드릴 기회가 별로 없었다."

-가창력이 몰라보게 발전했다는 평가다.

"2집을 위해 엄청나게 노래 연습을 했다. 1집 활동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가창력이었다. 녹음 들어가기 전 두세 달 정도 사람의 호흡기 구조, 노래할 때 성대의 모양 등 기본적인 것을 다시 공부했다. 그걸 파악하고 노래하니까 고음이 잘 나오고, 기복도 없어졌다. 1집 때는 멋모르고 노래했는데, 이번에는 뭔가를 생각하며 노래했다. 그게 가장 큰 소득이다. 곡 해석력과 표현력도 좋아졌다."

-이번 앨범의 특징은 앙칼진 보컬인 것 같다.

"프로듀서도 그런 목소리를 요구했고, 내 생각도 그랬다. 그 목소리를 위해 따로 보컬 레슨까지 받았다. 성대를 최대한 붙여야 그런 소리가 나온다. 얇으면서 알맹이가 가득 찬 목소리,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중독성 강한 목소리 말이다. 그런 소리를 내려면 입 모양이 과장된 느낌이 들 정도로 정확해야 하고, 표정도 얄미워야 한다."

-'유혹의 소나타'와 '이럴 거면' 중 어디에 더 애착이 가나.

" '유혹의 소나타'다. 원래 발라드곡을 더 좋아하는데, '유혹의 소나타'는 내 노래 스타일과 이미지를 확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알을 깨고 새로 태어난 느낌을 준 노래다."

-'유혹의 소나타' 무대의상이 너무 '보수적'이라는 말들이 있는데.

"'엘리제를 위하여'를 샘플링했기 때문에 클래식한 중세풍 분위기를 내려고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몸매를 감추게 됐다. 몸매는 1집 때 충분히 보여 드렸다고 생각한다. (웃음) 요즘은 '안 벗어도 섹시하다'는 말을 듣는다."

-어떤 생각으로'유혹의 소나타'를 부르는지 궁금하다.

" 1집 때 남자와 동등한 관계에서 유혹했다면, 이번에는 남자 위에 군림하는 여전사의 위치에서 유혹한다. 그래서 도도함과 당당함이 표현되는 것 같다. 한마디로 안젤리나 졸리 같은 컨셉트다."

-이번 앨범은 '히트곡 메이커' 박근태가 프로듀싱을 했다. 1집 때는 박진영씨가 했는데, 두 사람의 스타일을 비교한다면.

"박진영씨는 자기가 원하는 틀에 맞지 않으면 절대로 OK를 안 하는 완벽주의자다. 반면 박근태씨는 나를 어떻게 바꾸려고 하기보다 새로운 걸 끄집어 내는 스타일이다. 방목하는 스타일이랄까. 박씨와 작업하면서 새롭고 다양한 것을 최대한 끄집어 내 보여 주려고 했는데, 잘된 것 같다."

-닮고 싶은 선배가 있다면.

"인순이 선배님이다. 그 나이에 젊은 후배가수들과 노래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에너지도 후배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외국에는 마돈나처럼 나이 들어도 왕성히 활동하는 가수가 많은데, 우리는 그런 가수가 많지 않아 안타깝다."

-'아이비 신드롬'에 동의하나.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노래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나보다도 '유혹의 소나타'가 신드롬이 됐으면 좋겠다. 아직 정상급은 아니지만, 그 자리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는 만든 것 같다. 비욘세처럼 외모.가창력.무대매너.카리스마 모든 걸 갖춘 가수가 되고 싶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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