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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몫 챙기기 급급 붕괴 재촉/공화국간 갈등(무너지는 소련: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식량·석유 반출금지 “무기화”/연방군장비 먼저 차지하려 신경전도
7일 전해진 모스크바의 식량폭동사건은 소 연방의 해체에 따라 소련이 지불해야할 대가가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시사해주고 있다.
모스크바·페테르부르크 등 소련 대도시 식량폭동의 주원인은 식량생산부족에 있다기보다 유통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농민이나 농업생산을 주도하는 공화국들이 루블보다는 식량을 그대로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악성인플레로 루블의 구매력이 날로 떨어져가는데 식량을 내다 팔 흥이 나지 않을 것은 뻔한 노릇이다.
1일 독립을 선택한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고기·감자는 전체 소련 생산량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식량창고라고 불렸던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지난 8월 보수쿠데타 실패이후 공화국에서 생산하는 식량의 타공화국 반출을 금했다.
종래의 유통체계에 따르면 국제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다른공화국들은 석유를 국제가격 또는 경화로만 파는 등 사실상 물물교환만을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방해체의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렇듯 공화국 이기주의와 그것이 빚어낼지도 모를 공화국간 무력충돌의 가능성이다.
구소련이 갖고 있던 권리·의무를 공화국들이 분담승계하는 과정은 아직까지 본격적인 갈등을 야기하고 있지 않다.
신경전의 단계에서 티격태격하고 있는 정도이나 폭발의 가능성은 도처에서 엿보인다.
우선 2만7천개이상의 핵탄두에 대한 시비와 독자군 창설에 따른 갈등이다.
지난달 소련 국방부대변인은 각 공화국에 주둔해 있는 연방군의 장비·기지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몰도바·그루지야·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등이 독자군 창설계획을 밝히면서 자국에 배치된 연방군 장비·무기들을 국유화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벌써 각 공화국에서는 연방군의 무기·장비가 약탈되고 있으며 일부 공화국정부는 군부대에 대한 물·연료공급중단 위협을 가하며 무기 등의 양도를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달말 소련 일부 공화국들은 집단안보조약안에 원칙합의,연방군의 재편 및 각 공화국별 독자군 창설과정이 무리없이 이루어지도록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독자군 창설을 밝힌 공화국들은 이에 불참,안보조약의 실효성에 의문을 주고 있다.
특히 핵무기가 배치된 러시아공화국 및 우크라이나·벨라루시·카자흐공화국이 어떻게 협의해 나갈 것인지 서방국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개 공화국 대표들은 또 지난 3∼4일 회의를 갖고 소련 외채와 금·다이아몬드·경화·해외투자액 등 국유재산 분담비율을 정했다.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공화국이 61.34%,우크라이나가 16.3%,벨라루시 4.13%,카자흐 3.86% 등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벨라루시·아제르바이잔공화국은 이같은 합의에 약간의 유보를 달고 있어 외화분담 등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각 공화국들은 영토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다. 우선 5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할양해준 크림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원소유주라고 할 수 있는 타타르인까지 가세해 복잡한 갈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몰도바공화국은 가가우즈인과 러시아인들의 집단거주지역인 드니에르스트등 지역을 루마니아에 합병하려는 공화국 정부에 반대하고 있다.
7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우크라이나대통령,스타니슬라프 슈스케비치 벨라루시 대통령은 벨라루시 수도민스크에 모여 공화국간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구소련 슬라브계의 결집이라고 할 이들의 모임은 앞으로 소 연방해체과정이 공화국간의 협력과 조화속에 무리없이 진행될지의 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여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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