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는 한국 콧대높은 중국/한­중 항공회담 왜 결렬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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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보관련된 「관제이양점」 이견 커
한중양국간의 정기성 전세기 취항을 위한 항공회담이 양국간의 심한 이견만 노출하고 다음 회담으로 넘겨졌다.
한중항공회담의 쟁점은 ▲항공노선 ▲관제 이양점 ▲복수항공사 취항문제 등이다.
중국측은 북한을 의식해 북경 노선대신 상해·천진으로 취항할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한중간에는 서울∼북경노선의 수요가 대부분일뿐 아니라 서울을 내주면서 상대국의 수도에는 취항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국내여론을 의식한 정부내에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측의 입장이 계속 완강하고,현실적인 수요를 고려한 교통부·항공사 등의 요청으로 지난 10월27일 열린 관계부처회의에서는 향후 북경 노선에 대한 서면약속을 전제로 상해·천진 노선을 수용키로 결정했었다.
중국측은 이같은 한국내 사정을 확인한 탓인지 이번 회담에서 관제 이양점 문제를 더욱 강력히 제기했다. 중국측은 기존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규정된 동경 124도를 옹진반도를 지나는 125도로 바꿀 것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는 수차례의 관계부처회의에서도 이미 88올림픽 때나 90년 북경아시안게임에서 124도를 이용한 전례가 있고,국제기구의 결정이 나 있어 이를 변경해줄 경우 국민감정을 상하게 한다는 이유로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더라도 관제이양점의 변경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었다.
더군다나 비행기의 관제를 양국간에 넘겨주는 이 선을 이동할 경우 사실상 영공에 다름없는 비행정보구역(FIR)의 이동이 불가피해져 안보상으로도 큰 문제가 야기된다는 것이다. 또 124도는 신의주 서쪽을 지나는 선으로 그 이상 양보한다는 것은 우리 영토위의 하늘을 중국에 넘겨주는 꼴이 된다.
또 상해·천진 취항문제도 중국측은 한지역에 한 항공사만 취항하게 한데 반해 우리측은 두지역에 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모두 취항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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