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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소련,불안한 세계(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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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이 또 한차례의 시련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공화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연방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하는 길을 택함으로써 존립과 해체의 갈림길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소연방이 분열되어 온 과정으로 미루어 우크라이나의 선택은 다른 공화국들의 이반움직임을 고무시켜 가속화할 가능성이 짙다. 이러한 연방분열의 진행과정과 결과는 비단 소연방과 구성공화국의 장래 뿐 아니라 국제질서 개편방향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새로운 질서태동 이후의 불안과 불확실성의 요인을 하나 덧붙였다는데서 우선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지향해온 새로운 국제질서의 구도는 소련이 연방국가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런 구도에서 미소간의 군축협상을 비롯,경제협력과 범세계적인 평화질서 구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구도가 불안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사태진전에 따라서는 통일되고 강력한 상대 대신에 더욱 복잡하고,어쩌면 통제가 불가능한 상대를 상정한 국제질서 재편문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들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우선 소련내부에서 상정되는 문제만 해도 과연 각 공화국들의 연방탈되가 마찰없이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다. 비록 지난번 쿠데타 실패 이후 보수세력이 약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사태를 반전시키기 위해 나설만한 잠재력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또 한차례의 쿠데타를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아직도 소련에서 가장 잘 조직되고 통제가 잘되는 군부의 향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나쁜 시나리오는 분리독립과정에서 빚어질 가능성이 많은 편협한 민족주의의 갈등과 분쟁이다. 소련에서는 이미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그루지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등도 분리독립의 뜻을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공화국내의 다양한 민족들이 제각기 독립과 자치를 표방하고 나서 유혈사태까지 빚고 있다. 소연방의 최대공화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이러한 민족분규의 폭탄을 안고 있다.
게다가 각 공화국간의 반목이나 영토분쟁 등의 불안요소도 큰 문제다.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강행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영토분쟁까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한 편협한 민족주의의 대두는 이미 유고슬라비아 사태에서 입증되고 있듯이 언제나 폭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데서 불안을 더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소연방이 그러한 해체과정에 들어선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있을지도 모를 혼란이 예상되는 이상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소련 뿐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생각해 내야 할때다.
소련의 불안에서 빚어질 혼란이 세계적인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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