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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팅"에서 "신데렐라팅"까지|"형형색색" 대학가미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일요일인 1일 오후 서울 동숭동 대학로 P카페 미팅룸.
『자, 하나·둘·셋 구호와 함께 일제히 신발을 벗는다. 실시!』 한 여학생의 명령(?)이 떨어지자 벽을 보며 서있던 여학생 3명이 일제히 신발을 벗어 「열중쉬어」자세를 하고 뒤로 내민다.
곧이어 남학생 3명이 방에 들어와 마음에 드는 신발을 한켤레씩 선택하고 신발주인과 짝이 되어 대화를 나눈다.
90년대 들어 대학가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신데렐라팅」 현장. 『동화속의 신데렐라는 궁전무도회가 열리던날 밤 왕자님과 짝이 되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춤을 추다 마녀와 약속한 귀가시간이 지난것을 알고 허겁지겁 무도회장을 빠져나오던 중 유리구두 한짝을 잃어버리지요. 신데렐라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왕자님은 유리구두의 주인공을 찾아나서고…. 마침내 신데렐라를 찾아내 웨딩마치를 올리게 됩니다.』
C카페의 미팅을 주선한 송모양(19)이 전하는 「신데렐라팅」의 유래다.
「사다리 그리기」 「제비뽑기」「소지품꺼네 맞추기」등으로 파트너를 선택하던 미팅은 이제 고전적 미팅이 되어 버렸고 이름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기발한 신종미팅 방법이 개발(?)돼 대학가에서 유행하고 있다.
「미팅참가 여학생들이 일제히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뒤 번호를 매긴 메모지에 입술을 찍어 메모지를 섞는다. 남학생들은 마음에 드는 입술형을 선택한다」 「신데렐라팅」못지 않게 인기를 누리는 「입술팅」의 내용.
이 두가지 미팅방법은 남성에게 전적으로 선택권을 주는 남성상위미팅. 이에대한 반동 (?)으로 고안된 미팅이 「엘리베이터팅」「007팅」이다. 이들 미팅의 특징은 철저하게 여학생에게 파트너선택권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주말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S건물.
10층 건물의 2,3,4,5층 엘리베이터 문앞에 남학생 1명씩이 엘리베이터문을 향해 서있다.
10층에서 출발한 엘리베이터가 4층에 멈춘다. 엘리베이터속 여학생4명중1명이 문이 열리는 몇초사이에 남학생을 관찰한다. 그러나 이 여학생은4층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통과한다.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팅」의 진행과정.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한「컴퓨터미팅」도 대학생·직장인·고교생 사이에 성행하고 있다.
이는 데이콤등 정보·통신 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한 남녀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파트너를 선택하고 말대신 글로 필담을 나누는 미팅방법. 「독재자팅」은 독재자의 권력의 전횡을 풍자한 미팅. 이 미팅의 특징은 종이쪽지 추첨에서 특정 독재자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뽑은 행운을 얻은 남학생은 전권을 행사, 여학생파트너를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독재자의 부인이름이 적힌 쪽지를 뽑은 여학생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남학생은 파트너를 바꾸어야 한다.
미팅주선자인 남녀한쌍이 동료1명이 성사될때까지 책임을 지고 계속파트너를 소개시켜주는 「보험팅」도 있다.
한편 김문조교수(고대·사회학)는 『오랜대화나 사귐이 없이 외모만으로 상대방을 결정하고 파트너 선택여부를 결정짓는 일부 미팅방법은 우리사회에 「즉시주의」「찰나주의」를 만연케 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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