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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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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투자는 '수익'이란 땅으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는 행위다. 그런데 칠흑같이 어두운 터라 건너기가 만만치 않다. 한 발만 헛디뎠다간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도 있다. 그런 세계에서 투자의 길을 밝혀주는 사람들을, 우리는 '고수(高手)'라 부른다. 이들을 따라가면 무사히 다리를 건널 수 있을 것 같다.

'워런 버핏'은 이런 고수들 중에서도 최고수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2위의 부자다. 주식 투자로만 420억 달러(약 40조원)를 벌었다.

그러나 버핏은 너무 멀리 있다. 같이 식사 한 끼 하는 데 약 6억원(지난해 점심 경매 낙찰가 62만 달러)은 너무 많다.

버핏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에도 나름의 독자적 지위를 구축한 고수들이 있다. 15세 횟집 소년에서 100억원대 주식 부자가 된 수퍼개미 박성득(50)씨, 정통파 이론가로 기술적 분석 입문서를 출간한 김정환(38) 대우증권 연구원, 교통사고로 인한 1급 장애를 극복하고 전업 투자자로 성공한 성기배(44)씨 등이다. 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는 이들과 일반 투자자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투자자들의 신청이 쇄도했다. 참석 못한 투자자들을 위해 이달 셋째 주에 진행된 '고수와의 식사'를 지상 중계한다. (※는 편집자 주)

◆ 가치투자 하는 수퍼개미 박성득=일본 다나카 총리에게 어느 대학 나왔느냐고 물으면 다나카 대학 나왔다고 답했단다(※다나카 총리는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총리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나한테 주식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으면 '박성득 방법대로 했다'고 답한다(※박씨는 15살 때부터 일식집 주방장 보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싸다고 덥석 사지 마라. 싼 데는 싼 이유가 있다. 롯데칠성이 120만원 한다고 비싼 게 아니라 매년 적자 내는 회사가 1000원 하는 게 진짜 비싼 거다. 주식을 사기 전에 먼저 청산 가치를 따져라. 회사를 주식 수대로 쪼개 팔면 얼마가 나올지를 주가와 비교해 봐라. 1년에 100억원씩 버는 회사가 시가총액이 300억원밖에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돈이 커 실감이 안 난다면 다른 예도 있다. 중국 음식점을 하나 차렸다고 치자. 1년에 1억원씩 버는데 지금 시장에 나온 가게 값은 3억원인 꼴이다. 이런 노다지 물건이 어딨나. 당장 은행서 3억 빌려 중국집 사 버린 후 3년만 장사하면 빌린 돈을 다 갚는 거다. 그 다음엔 자기 돈이다. 이런 주식이 어디 있느냐고? 찾아 보면 있다. 그런 주식을 산 후에 내가 생각한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라. 주식을 사면 개미는 백전백패한다. 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

일단 산 기업은 꾸준히 점검해라. 재무제표가 어려운 게 아니다. 가계부 쓰면서 매달 버는 돈과 씀씀이 점검하듯 하면 된다.

◆ 정통파 기술적 분석 대가 김정환=기술적 분석 관련 책들은 주로 매매에만 치중됐다. 그대로 따라 하면 다 돈을 벌어야 할 텐데 돈 번 사람들 별로 못 봤다.

'블링크'라는 책에 보면 전문가들이 가짜 유물을 판별했던 일화가 나온다. 논리적으로 설명은 안 되지만 열이면 열, 직관적으로 가짜를 알아챘단다. 차트도 그렇다. 전설적인 차티스트(기술적 분석 대가들)를 보면 차트만 수만 번을 본 사람들이다. 직감으로 안다. 그렇지도 않으면서 어설프게 배운 기술적 분석만 믿고 투자하다간 실패한다.

실제 투자에선 기술적 분석이 전부가 아니다. 일단 펀더멘털이 된 다음에야 기술도 먹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남들이 안 하는 투자를 권한다. 대중이 함께 가서 수익이 난 적이 없었다. (※그러자 한 투자자가 "그럼 어디다 투자해야 하느냐"고 질문) 장외주식을 봐라.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 장외주식이라면 이를 간다. 코스닥 열풍 때 한 번 데었기 때문이다. 다만 무조건 베팅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성장성을 봐야 한다. 여기에 특수 지분 관계까지 따져 투자하면 의외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다. 나도 장외주식을 사 모은다. 없는 돈이라고 치지만 매년 배당금만 챙겨도 짭짤하다.

◆ 급등주 매매의 달인 성기배=주식 투자 하지 마라. 왜냐고? 실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돈을 만지는 사람이 누군지 알겠다면 해라. 급등하는 주식을 잡으려면 높으신 분들이 하는 소리에 신경 써라. 2005년 대통령이 한 말 기억하는지. 그때 대통령이 코스닥에 간접투자했단다(※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7월 예금자산 8000만원을 8개의 펀드에 나눠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 뉴스를 보면서 코스닥이 간다고 알아채야 한다. 그때 바이오.와이브로 테마주가 급등했었다. 정부서 뭔 얘기가 나오면 그걸 투자와 연결시켜 생각하라.

주가는 세력이 움직인다. 삼성전자 실적이 사상 최고치인데도 왜 주가가 비실대는지 아나. 세력이 떠나 있어서다. 삼성전자 세력은 외국인이다. 세력이 떠나면 주가는 횡보하게 돼 있다.

세력이 있는지를 보려면 거래량을 잘 봐야 한다. 그런데 장중에는 이런 흐름이 안 보인다. 그걸 볼 줄 아는 게 고수다. 미치지 않고선 안 된다. 공부해서 세력들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경지에 올라야 한다.

(※"주식 투자 하다 보면 직장 생활이 제대로 안 된다"는 투자자 얘기에) 직장인들은 급등하는 주식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대박 꿈꾸지 말고 꾸준히 수익 낸다고 생각해라. 욕심이 화를 부른다.

<고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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