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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크라이나를 잃으면 우리는 머리를 잃는다.』 레닌의 말이다. 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USSR)에서 우크라이나공화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적절히 묘사한 표현이다.
유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정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소련의 곡창」이며 자원의 보고인 우크라이나공화국.
연방으로부터의 독립선언­공화국간 경제협력조인식 불참­신연방최고회의 대표단 파견 거부 등으로 연방탈퇴 의사를 분명히 해온 우크라이나공화국이 마침내 주권자주국가로 독립하게 됐다. 소연방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은 USSR에 대한 「사형선고」를 의미한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운동사는 한권의 책으로도 모자랄 만큼 복잡하다. 현재의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백러시아와 함께 슬라브계 민족이다. 슬라브민족 중에서는 키가 크고,흑갈색의 머리털과 눈을 가지고 있으며 피부는 아주 희다.
기원전 2세기까지는 스키타이,그후 3세기까지는 사르마트라는 이란계 민족의 지배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는 게르만계의 고트,4세기말부터는 아시아계의 훈족과 아바르의 지배를 거쳐 9세기에 키예프대공국을 건설해 최초의 정치적 통일을 이루었다.
키예프공국은 13세기 몽골의 정복으로 무너지고,14세기부터는 폴란드에 병합됐다. 우크라이나인은 16세기말까지 대러시아인도,백러시아인도 아닌 「소러시아인」으로서의 독자적인 민족을 형성했다.
우크라이나는 「코작」이라는 정치결사를 중심으로 폴란드의 압제에 강력히 저항했다.
코작의 반란에 개입한 러시아는 1667년 드네프르강 동안의 우크라이나를 폴란드로부터 획득했다. 18세기말 폴란드의 분할로 동쪽은 러시아에 완전 합병됐으나 서우크라이나는 오스트리아령이 됐다.
19세기가 되자 우크라이나어(소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문화를 옹호하는 민족운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1917년 러시아혁명후 잠시 독립을 했으나 22년 소연방에 병합되고 말았다. 타타르족이 대부분인 남부 크림반도는 원래 러시아영토였던 것을 1954년 흐루시초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동맹 3백주년 기념으로 우크라이나에 떼다 붙였다.
슬라브어파인 우크라이나어는 18세기말부터 고유의 필기언어로 사용됐고 슬라브어와 거의 비슷하다. 우크라이나의 소연방 탈퇴는 3백여년 동안의 러시아화정책에 대한 반감이 주요 요인이다.
이같은 정치적·문화적 배경을 안고 독립국가로 부상한 우크라이나의 앞날이 러시아·폴란드 등과의 새로운 영토분쟁에 휘말리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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