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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건강] 비타민C 다다익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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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종의 비타민 중에서 가장 많이 애용되는 비타민C의 하루 적정 섭취량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 12월부터 비타민C의 하루 권장량(영양소 기준치)을 기존의 70㎎에서 100㎎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위원장 세브란스병원 윤방부 교수) 주관으로 열린 '비타민C의 효능과 현대인 건강'주제의 세미나에선 다수의 전문가가 "식의약청 권장량이 아직 너무 낮다. 정상인도 비타민C를 하루 2g가량 복용하면 건강 유지에 유익하다"고 주장했다.

비타민C의 고용량(mega dose) 요법은 노벨상을 두 번 받은 미국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 박사가 30여 년 전 비타민을 하루 1~2g(오렌지 12~24개에 함유된 비타민C의 양에 해당) 복용하면 감기 예방과 치료.암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평가는 아직 분분하다. 고용량 투여를 지지하는 측은 "비타민C가 가장 이상적인 항산화제(유해산소를 제거)"라고 생각하는 데 반해 상대 측은 "과잉 섭취는 오히려 세포의 산화를 촉진한다"고 본다. 비타민 C의 고용량 요법이 의료계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 감기 증상을 줄여준다=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비타민C 고용량 요법이 감기 발생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지속 기간을 8~9% 줄이고 증상을 완화한다.

서울대의대 이왕재 교수(해부학)는 "감기 초기(목이 컬컬하고 따뜻한 곳에 들어간 직후 콧물이 나는 시기)라면 비타민C 고용량 요법(식후 2g씩 하루 6g)으로 감기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며 "비타민 C가 면역력을 높이고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며, 감기로 인한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기 초기 증상이 나타난 지 4시간 이상 지나면 비타민 C를 고용량으로 복용해도 뾰족한 효과는 없다.

◆ 암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일부 병원에서 비타민C 고용량 요법이 암환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통증은 줄이고^식욕부진.욕창 등 항암제.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은 낮추며^투병 의지를 강화하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유익하다고 여겨서다.

관동대 명지병원 염창환 교수(가정의학)는 "말기 암 환자 39명을 대상으로 비타민C 고용량 요법을 실시한 결과 이들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나아졌고, 식욕 부진.구토.통증.피로감이 줄었다"며 "100여 명의 암환자에게 적용했는데 일부에서 암세포가 줄어들거나 암의 진행이 지연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이때 암환자는 비타민C를 매주 두 번 정맥주사(한 번에 10g씩)로 공급받는다. 동시에 먹는 비타민C 보충제를 하루 4g씩 복용한다.이 치료법은 암치료의 보완요법이며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값싼 비타민C를 사용하므로 치료비 부담도 크지 않다. 부작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피로.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애연가나 피로.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은 비타민C 섭취량을 평소보다 크게 늘리는 것이 좋다. 과로.스트레스.흡연 등에 노출되면 비타민 C의 체내 소비량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담배와 스트레스가 비타민C를 잡아먹는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비타민 C는 가장 이상적인 항산화물질로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며 "특히 혈관 노화를 막아 뇌졸중.심장병 등 혈관질환을 예방한다"고 발표했다. 또 "강력한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의 생성을 억제한다"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시켜 우울증 치료제의 보조제로 유효하다" "코르티솔을 분비해 스트레스에 잘 대응하게 한다" 등 비타민C를 옹호했다.

◆ 다량 섭취할 때 주의할 점=비타민 C는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 따라서 과다 섭취할 경우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이 사실만 믿고 너무 마음 놓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비타민C를 고용량으로 복용 중이라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비타민C를 먹지 않던 사람은 식사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비타민C는 산(酸)의 일종이므로 갑자기 과다 섭취하면 속쓰림.출혈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최민규 교수는 "비타민C 고용량 요법은 설사.복통.소변의 산성화.요로 결석.수산염의 이상 침착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비타민C 복용 뒤 설사가 난다면 비타민C의 복용량을 더 이상 높이지 말라는 뜻"이라고 조언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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