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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압제 벗어났다/“우크라이나는 이제 독립국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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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90%이상이 “독립” 찬성/신연방조약 체결여부 불투명/150만군·핵무기 처리등 현안
【키예프=김석환특파원】 『우크라이나는 이제 독립국가다.』
1일 오후 2시 국민투표가 시작된지 몇시간도 지나지않아 비탈리 보이코 우크라이나 법무장관은 이렇게 선언했다.
낮 12시 현재 52.2%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이중 47%가 독립에 찬성했다고 그는 밝혔다.
이날의 행사는 국민투표가 아니었다.
선거일의 전형적인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독립을 축하하는 전국적인 축제라고나 할 수 있을까.
모두들 그 결과를 이미 잘 알고 있다는 태도였다.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은 4백년 가까운 러시아의 「압제」를 벗어난다는 기쁨에서 우러나오는 활기로 가득찼다.
29일 오후 키예프에 도착하자마자 모스크바에서 막연히 생각해 왔던 우크라이나는 버려야했다.
대통령 당선이 확실한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최고회의 의장은 1일 투표를 마친뒤 『사탄은 연방을 사랑하지만 신은 독립을 사랑한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독립은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 진리였다.
유럽에는 이제 우크라이나라는 새로운 강국이 출현했다고 봐야한다.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간 2일 오전 1시)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오후 4시 현재를 기준으로 총유권자 3천7백만명중 2천5백만명이 투표에 참가,75.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보이코 우크라이나공화국 법무장관은 4시 현재를 기준으로 전국평균 75.6%의 투표율을 보였으며 자치선언등으로 관심을 모은 크림반도와 러시아인이 많이 사는 남부지역도 50%이상이 투표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독립열기가 높은 서부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지역이 투표율 80%를 상회했다고 한다.
1천1백여만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막아주리라던 모스크바의 기대도 여지없이 무너진 셈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선거의 결과는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선거의 적법성을 어떻게하면 전세계에서 확인받을 수 있느냐에 보다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인상이었다.
따라서 외국의 감시인단에 일부 군부대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가 완전 독립할 경우 신연방조약의 체결은 불투명해지며 러시아는 흑해로의 출구를 차단당하게 된다.
또한 흑해함대의 귀속권문제와 우크라이나 주둔 1백50만 병력 및 핵무기,구러시아영토 등의 문제가 양국간 현안으로 떠오를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러시아가 오뎃사지역과 과거 러시아영토의 반환을 요구해올 것이며 이에 따라 새로운 국경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이 유럽을 불안속에 몰아 넣고있다면 바로 이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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