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부적 자질보다 꾸준한 노력이 「롱런」 열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연속 3곡 대히트 가수 김완선
싱글 음반을 거의 만들지 않는 우리 대중음악에선 10곡 가량의 노래가 담긴 앨범중 한 곡도 겨우 빛을 보기 힘들어 비경제적인 신곡 발표가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올해도 히트곡을 한 곡이라도 성사시킨 가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해에, 그것도 한 앨범에서 3곡을 히트시킨 91년을 빛낸 유일한 가수가 김완선이다.
비디오 가수에 비교적 인색한 우리 가요팬들은 김완선이 노래 자체의 세련됨, 또는 가창력으로 승부를 걸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집요한 프로근성에 힘입어 그는 잇따라 빛나는 열매들을 따내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떠오른 『나만의 것』에 이어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가 크게 히트하고 최근엔 『가장무도회』로 기염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댄스가수에서 성숙한 노래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나만의 것』에 이어 이탈리아의 한 무명가수가 멜러디를 사서 부른 노래가 국내에 역수입되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던 『삐에로…』는 우리 노래의 또 다른 얼굴을 형성시키고 있다. 그 얼굴은 하광훈·윤상·신해철 등에 이어 젊은 작곡가 손무현이 김완선에게서 실현시킨 90년대식 한국대중음악이다.
『무대에만 오르면 신들린 듯 자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열중하는 모습이 사실상 그의 용모보다 더 아름답다』는 한 방송제작자의 말이 김완선에게는 결코 과찬이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김완선의 매력은 그의 천부적인 자질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독한 노력에서 나온다고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말한다.
개인 생활을 거의 없애고 여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묵묵히 연습에 열중하는 그의 노력은 무대에서의 화려한 조명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외롭고 힘든 것이다.
다채로운 재능을 가진 탤런트가 되기 보다 가냘픈 몸에서 뿜어내는 혼신의 노력으로 노래에 열중하는 일에 더 비중을 두고자 하는 김완선은 비디오문화가 지배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에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채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