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은 지금 수능이냐 내신이냐 고민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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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에 올인할까, 수능에 매달릴까." "아니야, 논술까지 다 잘해야 돼."

16일 전국 곳곳의 고3 교실은 수능 위주 선발 등 다양해진 올해(2008학년도) 입시제도를 놓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수능.내신.논술을 다 잘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완화돼 숨통은 트였지만 어느 쪽에 더 집중을 할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고 3학년 김모군은 "내신.수능.논술 모두 부담이 돼 걱정을 했는데 수능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신 비중이 50%까지 높아지고 논술도 본다고 해서 모두 신경을 써 왔는데, 앞으로는 수능에만 집중해 점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경기도 평촌고 3학년 박모군은 "내신이 1등급이어서 내신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게 유리할 것 같다"며 "3학년 1학기까지 성적으로 뽑는 상위권대 수시 2학기를 노리겠다"고 말했다.

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사립대들이 정시모집 인원의 절반을 수능으로만 뽑는 등 다양한 전형 방식을 내놓자 학생과 교사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9월 시작되는 수시 2학기 전형과 11월 15일 치르는 수능시험을 대비한 새 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유.불리 저울질=일반계고.특목고.지방고별로 어떤 전형이 유리한지 저울질이 한창이다. 특히 일부 학생은 내신.수능.논술 등 대학별 반영 비율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보였다. 서울 대광고 박모군은 "상위권 대학의 선발 방식이 모두 달라 꼼꼼히 살펴본 뒤 지원 대학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수능.내신.논술 등 자신의 강점을 살리면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내신을 망쳤던 학생들은 '역전 드라마'를 노리고 있다. 서울 경복고 이모군은 "1학년 내신이 나빠 걱정을 했는데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우수학생이 몰린 특목고의 경우 일반계고나 지방고보다 내신에서는 불리하지만 수능에서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원외고 최모 교사는 "수능만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전체 모집정원의 20~30%에 불과해 특목고생이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며 "학생들에게 기회가 많아진 것일 뿐 부담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학생 개개인의 실력이 중요하지 특정 고교나 지역이 혜택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사들의 고민=학생 개인의 내신과 수능.논술 예상점수들을 따져보고 맞춤형 진학지도를 해야 하는 교사들은 부담이 늘어났다. 안양 백영고 문재욱 교사는 "내신 위주로 선발하는 상위권대 수시모집에 학생들이 많이 합격해 왔다"며 "당장 수시 2학기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 자료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대고 임택선 교사는 "입시가 자주 바뀌니까 자료 축적도 안 되고 일선 학교에서는 참 혼란스럽다"며 "수능 등급을 올릴 수 있게 방과 후 특기적성 교육을 통해 수능 과목을 집중 지도하고 상위권대 논술 시험에 대비해 논술팀 등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영유.박수련 기자

☞◆수능 위주 전형=수능 9등급 성적만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 종전엔 수능 우수자 전형 등 소수 인원을 선발하는 일부 전형에서만 시행됐다. 2008학년도 대입부터 정시모집에서 절반 인원을 뽑는 등 선발 인원이 대폭 늘어난다. 대학들은 비슷한 등급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대거 지원할 경우에 대비해 동점자 처리 규정 등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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