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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인대,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논쟁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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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의 모든 권력은 인민이 부여한 것, 인민에 속하는 것, 인민을 위한 것이므로 모든 것을 인민에게 의지하고 모든 공은 인민에게 돌려야 한다."

원자바오(溫家寶.사진) 중국 총리가 16일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한국의 국회) 10기 5차 회의를 폐막하면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을 연상시키는 발언이었다.

<관계기사 10면>

이날 전인대는 1949년 중국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사유재산을 국.공유재산과 동등하게 보호하는 물권법을 통과시켰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요소를 마침내 받아들여 '중국식 자본주의'를 실질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류허장(劉鶴章) 전인대 상무위원은 "물권법 통과는 중국이 앞으로 더욱 힘찬 개혁.개방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신호"라며 "이를 계기로 중국이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는 논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표결에 참가한 전인대 대표 2888명 중 279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97%라는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전인대는 지난해 이 법안을 놓고 큰 논란을 벌였다. 법안을 상정하려 하자 극좌파 대표들이 "사회주의 체제의 근본을 위협한다"며 격렬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지도부가 상정을 보류했던 것이다. 그러나 1년 새 완전히 달라졌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법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58주년인 10월 1일 시행된다.

원 총리는 이날 인민대회당 3층 홀에서 두 시간 동안 내외신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어린이 의료보험제 도입을 요구하는 의견을 제시한 지 벌써 4년이나 지났다"는 한 네티즌의 글을 보고 관계 당국에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공무원이 지켜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관리는 인민의 좋은 공복이 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권력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올해 전인대의 핵심 주제였던 민생 문제와 관련, "인민의 생활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즐거움이 무엇인지는 '꽃피는 대지에 물어보세요, 얼음 풀리는 강물에 물어보세요'라는 아이칭(艾靑)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전인대는 이날 기업소득세법(한국의 법인세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기업은 내년부터 법인세율이 15%에서 25%로 크게 높아진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최고 33%에서 25%로 낮아진다. 첨단기술 업종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우대 세율은 현행(15%)대로 유지된다. 법인세법 개정에 대해 전인대는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 간 공정한 경쟁 여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중국 물권법(物權法)="국가.단체.개인의 물권은 법의 보호를 받으며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사유재산을 국.공유재산과 동등하게 보호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사회주의 중국에서의 첫 명문 규정이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재산권이 충돌할 경우 국.공유재산이 개인 재산권에 앞서 보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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