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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野 쇼크…盧정부 사면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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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의(再議)에 부쳐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안이 4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달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온 지 열흘 만이다. 이로써 국회는 정상을 되찾게 됐다. 파행이 풀리면서 한나라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처리가 미뤄졌던 각종 법안과 예산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국의 흐름도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됐다.

이날 특검법안은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야 3당의 압도적 지지로 가결됐다. 지난 1차 표결(찬성 1백84표) 때보다 25표가 늘었다.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 탄핵(1백82명)도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고도 남는다. 야 3당 '철통 공조'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정국의 초점은 당분간 대선자금 수사를 둘러싼 격돌에서 盧대통령 측근 비리로 급속도로 옮겨가게 될 전망이다. '재신임 국민투표' 카드로 돌파구를 마련한 盧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이 떨어지는 반면 공조를 고리로 야 3당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전개되리란 관측이다. 경우에 따라선 盧대통령의 국정 운영 구상과 방향에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반면 대선자금 수사로 압박을 받아온 한나라당은 한숨 돌릴 여유를 찾게 됐다. 한나라당은 최병렬 대표 단식에 대한 비판 여론을 추스르며 내부 결속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역시 조순형 대표 체제 출범 후 첫 시험대인 특검법안 재의 국면을 큰 반란표 없이 넘김으로써 趙대표 체제의 순항을 예고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표결로 초라한 소수 여당의 한계를 절감하게 됐다. 정치적 위기를 정치 개혁의 가속화로 활로를 모색하려 할 공산이 크다.

특검법안 재의는 총선을 불과 1백30여일 남겨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17대 총선 가도에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장 특검으로 인한 부담을 盧대통령과 여권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특검 대상이 최도술.이광재.양길승씨 등 盧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 새로운 비리 사실이나 당선 축하금 수수 사실 등이 드러날 경우 정권의 도덕성은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된다.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특검은 2개월간 수사한 뒤 1차에 한해 1개월간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총선을 앞둔 3월 말이나 4월 초까지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유인태 정무수석은 "검찰 수사 중에 특검법안이 통과되면 수사하다 말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그만 두라는 거냐"고 개탄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선 盧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연내 입당, 각료 징발령, 민주당과의 재통합 등 지지율 제고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정민 기자<jmle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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