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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재의 표결 스케치] 보고 받은 盧 "알았다" 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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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안 재의(再議) 표결이 이뤄진 4일 국회는 하루종일 긴장감에 휩싸였다. 표결에 앞서 각 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결의를 다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표결 결과를 보고받고 "알았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엇갈린 희비=오후 3시50분. 본회의에서 재의결이 확정되자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수석부총무는 곧바로 민주당 조순형 대표에게 다가가 머리 숙여 절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자민련 의원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댔다. 3야 공조를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47석 정당의 무기력함에 허탈해 했다. 이평수 공보실장은 "재의결 통과는 다수당과 이를 방조한 정당들이 일으킨 의회 폭거며, 특검법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의원직 사퇴서 반려=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오후 3시37분쯤 승용차편으로 국회 본관에 도착했다. 감색 양복에 면도를 했지만 피곤한 안색이 역력했다. 미리 준비된 휠체어를 타고 본회의장에 들어와 투표를 마친 崔대표는 중앙통로를 통해 나오며 양 옆에 서 있는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당사 대표실로 돌아온 崔대표는 표결 통과 소식을 접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崔대표는 이어 국회 보이콧에 들어가면서 받아놨던 소속 의원들의 집단 의원직 사퇴서를 홍사덕 총무를 통해 되돌려 줬다.

한나라당은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최병렬 대표의 단식 중단을 건의키로 결의했다.

◇막판까지 신경전=오후 2시35분. 박관용 의장은 "이번 사태는 입법부와 행정부 모두 반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 역시 입법부를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본회의를 시작했다.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재의결에 앞서 그동안 국회를 마비시켰던 한나라당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야당석에서 "지금 뭐하는 거냐"며 야유와 고함이 터졌다. 급기야 朴의장이 "마이크 꺼. 柳의원, 지금 회의 방해하러 나왔느냐"고 제동을 걸었다.

◇표 분석=표결에는 전체 의원 2백72명 중 2백66명이 출석하고 6명이 불참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자민련 야 3당에선 2명 빠진 2백17명이 참석했다. 찬성은 2백9표가 나왔다. 기권 1표.무효 2표다. 최소 5명이 이탈표를 던졌다는 계산이며 무소속 의원 5명을 감안하면 실제 이탈표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수호.강갑생.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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