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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떠나도 나는 평생학자”/정년퇴임 앞둔 변형윤교수(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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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곡절많던 37년 강단 대과없이 끝나 다행/약자편에 서서 계속 시민운동 참여할터
『결코 순탄치 않은 시절에 학교에 몸담아 대과없이 여기까지 오게된걸 보면 나는 참으로 복도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이미 이달중순 모든 강의를 끝낸 서울대경제학과 변형윤 교수(64)는 55년 서울대 부임이후 37년간의 교직생활동안 숱한 격변을 겪으면서도 학문연구와 사회봉사활동을 함께 병행할 수 있었던데 대해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변교수는 5·16,10월유신,80년봄등 격동기때마다 공교롭게 상대교무과장·상대학장·서울대교수협의회장등 주요 보직을 맡았으며 그때마다 정부를 엄정히 비판,결국 80년 7월부터 84년 8월까지 4년여동안 강단을 떠나야 했다.
변교수는 정부가 최근의 경제위기를 고임이나 과소비탓으로 몰고 가는데 대해서도 그 부당함을 지적했다.
『87년이후의 이른바 「3저호황」을 기업가들이 기술개발의 계기로 삼기보다 부동산·증권시장을 통한 재테크에 이용했습니다. 과소비만 해도 힘들이지 않고 쉽게 돈번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지 땀흘리는 대부분 근로자들은 과소비하고 싶어도 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요금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5대 더하기 운동」「30분 일더하기」등도 우리경제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미봉책이라고 변교수는 말했다.
현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의장직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학자로서 시민운동에 깊숙히 참여하는데 대해 『교수는 연구·강의·사회봉사의 세가지 큰 책무를 지고 있으며 학교일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나름대로의 사회참여는 지극히 당연한 학자로서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변교수는 『경제학하는 사람은 출세보다 모름지기 경제적 약자편에 서서 모든 사물을 바라보아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줄곧 마셜의 「차가운 머리,뜨거운 가슴」을 일깨워 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년퇴임이후 정부로부터 국가정책을 맡으라는 제의를 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학자는 학교를 떠나도 평생학자』라며 『계속 시민단체에 몸담으며 국정의 잘못이 눈에 띄면 언론이나 학술논문을 통해 지적하는 제3자로 남겠다』고 말했다.
가족으로는 부인과 모두 출가한 1남2녀가 있으며 변교수는 퇴임후에도 자신의 아호를 딴 신림동 학현연구실에서 후배학자들과 경제발전연구팀을 계속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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