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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아침 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 군데입니다

작은 창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쥔 걸레 위에

내 가장 순결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붓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 앉을 그 자리

언제나 비어 있지만

언제나 꽉 차 있는 빛나는 그 자리입니다.



아침 저녁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한 군데. 나의 중심인 한 자리. 그곳은 외지고 남루한 틈새. 오늘도 당신 위해 호오~ 숨결 불어 그 자리 치우고 닦아둡니다. 먼 훗날 당신을 향한 나의 오랜 묵언과 당신을 읽어 온 묵독이 햇살에 녹는 눈송이처럼 자취 없어질 때까지. 내 사랑은 비워두는 만큼 꽉 차오나니, 오늘 내가 닦아둔 그 자리에 내일의 당신이 오롯합니다.

<김선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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