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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마다 날치기… 욕설… 고함…/심야의 기습통과 국회 또 “얼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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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퇴장한척 하다가 뒷문 입장­농수산위/위원장 쓰러진채로 “산회” 선포­내무위/「도상훈련」 거쳐 20초만에 통과­재무위/야 “무효” 주장 대응고심/다른 회의실로 옮겨 변칙처리
민자당이 26일 밤과 27일 새벽 국회 건설·재무·내무·농림수산위에서 여야간의 날카로운 이견을 보여준 제주개발특별법안,추곡수매동의안 등 27개 안건을 무더기로 변칙날치기 처리함으로써 날치기처리→육탄저지라는 연례적인 저질극이 또다시 재현됐다. 여야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농성하는 사태 등이 벌어져 그럭저럭 운영되던 종반국회가 파탄으로 빠져들고 정국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농림수산위◁
추곡 동의안의 26,27일중 통과지침을 받은 정창화 위원장이 회의를 기습소집하려 하자 이를 감지한 야당의원들이 상임위 회의장 출입을 봉쇄한 가운데 27일 새벽 제3의 장소에서 감쪽같이 처리.
27일 새벽 1시쯤 정위원장과 눈짓신호를 교환한 허간사가 이형배 민주당간사에게 협상을 요청,『이 상태에서 양측의원이 모두 철수하고 27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다시 열자』고 위장제의한뒤 여당의원들은 모두 국회를 빠져 나갔다.
여당의 퇴장으로 긴장이 다소 풀린 민주당은 이형배·김영진·이희천·박형오 의원 등 소속의원과 이협·홍기훈·이교성·김충조 의원 등 지원의원들이 회의장을 지키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 그러나 새벽 3시45분쯤 민자당 허간사가 농림수산위 회의장에서 대기중인 야당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1층 1백45호실에서 우리끼리 해치웠다. 미안하다』고 통보.
여당의원들은 일단 국회를 빠져나가 국회근처의 맨해턴호텔 사우나에서 전력을 가다듬은뒤 의상 본청 뒷문으로 다시 돌아와 조경식 농림수산장관·국회직원·속기사들을 불러 흔적도 없이 처리해 버린 것.
▷내무위◁
바르게살기운동조직육성법 등이 걸려있는 내무위에서는 야당의원들이 기습 통과저지를 위해 대기하는 바람에 회의가 열리지 못한채 밤 11시를 넘겼다. 여야의원들이 소회의실에 모여 환담을 나누던중 오한구위원장이 밤 11시23분쯤 갑자기 『성원이 되었으므로 개의를 선포…』라고 말하는 순간 정균환·최봉구 의원(민주)이 몸을 날려 각각 오위원장과 민자당 간사 문정수 의원의 입을 손수건과 휴지로 틀어막았고 뒤따라 여야의원들이 함께 뒤섞여 순식간에 아수라장.
오위원장은 입과 목덜미를 잡혀 회의실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도 『산회를 선포합니다』라고 간신히 말한뒤 보좌관들의 부축으로 위원장실로 피신함으로써 상황은 1분만에 종료.
오위원장이 피신한뒤 윤재기 의원(민자)이 야당의원들에게 『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이협의원(민주)이 격분,『어디서그런 상소리냐』며 멱살잡이를 벌여 분위기는 한층 격앙.
▷재무위◁
이날밤 10시55분쯤부터 실랑이를 벌이다 11시35분쯤 야당의원들이 위원장자리를 막고 있는 사이 김영구 위원장이 옆자리 민자당 의원석에 앉아있다 그대로 기습처리.
이날 김위원장이 회의장의 위원장석을 점령당하자 여당의원들과 함께 회의장을 나와 위원장실로 자리를 옮겼고 민주당의 유인학·홍영기·이경재·김봉욱 의원 등은 『자리를 옮겨 날치기하려는 것』이라고 항의.
김위원장은 『회의장밖에선 아무일도 없을테니 믿어달라』고 한뒤 여당의원들과 도상훈련.
잠시후 민자당 의원들이 회의장으로 돌아오자 민주당 의원들과 말다툼이 벌어졌고 김위원장은 이를 지켜보곤 회의장 앞문으로 나갔다가 뒷문으로 들어와 여당의원석에 앉아 짐짓 걱정스런 표정으로 관전.
이때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에 못오겠지』하고 방심하는 순간 김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개의를 선언하고 『34개 안건을 일괄 상정하며 심사보고는 유인물로 대치한다』며 20초만에 전격 통과.
야당의원들이 몰려가 『사기다』『무효다』『신종 날치기다』며 고함과 욕설을 퍼붓고 육탄전을 시도했으나 상황끝.
▷건설위◁
26일 오전부터 각 상임위에서 여야의원들이 지리하게 대치하던중 민자당측의 전격처리방침이 서자마자 건설위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안을 기습처리하면서 변칙처리를 개시.
야당의원들은 건설위의 전체회의 일정이 잡혀있지 않아 마음을 놓고있다가 허를 찔린 것.
야당의원들이 다른 위원회에 지원나가 거의 무방비 상태에 있었는데 오후 2시쯤부터 2시간에 걸친 법안심사소위를 끝낸뒤 오후 4시40분쯤 이웅희 의원(민자)이 김영도 의원(민주) 등 야당의원을 『목욕탕에나가자』고 유인해 빼돌리고 김용채 위원장이 은밀히 민자당의원들을 소집,2분만에 전격 처리.
김위원장측은 법안 처리후에도 이협·김의원 등 건설위소속 야당의원들에게 『건설위 전체회의를 곧 연다』는 거짓통보를 하고 자신들은 국회를 빠져나갔으며 뒤늦게 달려온 김정길 총무,김덕규 수석부총무,이·김의원은 『원인무효』를 소리치며 흥분했으나 사후약방문.
▷민자당◁
쟁점법안을 12월2일 이후 처리키로 25일 야당측과 합의를 보았다가 26일 강행통과한 것은 대야강경자세로 급격 선회했기 때문으로 관측.
민자당측은 쟁점법안을 늦출 경우 야당에 「공세 시간」만 늘려주고 질질 끌려다니다 결국은 변칙처리 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한꺼번에,짧은 시간에만 욕을 먹고 해치우는」 전략으로 바꿨다는 것.
특히 노대통령 공약사항인 제주개발 특별법안등의 처리를 연기한데 대해 『시간을 끌수록 상처투성이가 된다』는 청와대와 민자당 일각의 지적이 먹혔고 김총무도 입장이 난처할 정도로 당했다는 소문.
그러던 차에 민주당측이 강하게 나오자 이를 빌미로 밀어붙였다는게 대체적 분석.
이에 따라 26일 오전 김총무는 관련 상임위에 비상을 걸고 위원장 「재량과 실력껏」 이날중으로 통과를 지시.
강경선회의 배경에는 현대납세거부사태등에서 비쳐졌던 권력누수를 막기위한 청와대의 「시위」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
당일각에서 12월초 개각,서울의 남북고위회담(12월10일),부시 미대통령의 내년 1월5일 방한등 향후 정치일정의 순탄한 관리를 위해 불가피한 변칙이라는 주장.
▷민주당◁
25일부터 27일 새벽사이 쟁정법안이 무더기로 기습통과되자 대응책 마련과 여당측의 의도 등을 탐지하는데 안간힘.
27일 오전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와 당3역이 참석한 당수뇌부 회의에서도 제주도와 농촌에 의원들을 파견,여당측의 날치기통과를 고발한다는 「국회와 현장과의 연결」 전략만 결정한채 대응수위문제는 의원총회로 회부했을뿐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심.
의원총회에서는 의원직사퇴,단식농성 등의 강경대응론이 거론됐으나 아직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절차가 남아 있어 마지막 카드를 쓰기 어려워 ▲강경성명 ▲국회농성 ▲앞으로의 예결위 등 불참 등의 방안을 검토.
김대중 대표는 27일 의총직전 농림수산위 회의실에서 농성중인 야당의원들을 찾아가 『추곡수매안 날치기통과는 노정권이 농민에 대해 어떤 정권인지 단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이제 농민들도 노정권을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비난한뒤 『농민단체를 소집,공동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혀 추곡수매문제등을 장외투쟁으로 이어갈 뜻임을 시사.<박보균·김두우·김영기·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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