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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핵전문가 해외유출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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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년 이주자유화로 10만여명 “살길찾기”/북한­이라크에도 갈듯… 세계안보 위협
소련의 핵관련산업 학자·전문가들이 최근들어 대거 해외로 유출,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냉전종식·동서간 화해체제 정착으로 핵무기 관련기술이 소련에서 매력을 잃고 있으며,소련의 참담한 경제상황이 이들로 하여금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해외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소 연방의 급속한 몰락으로 연방정부가 핵무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때 매우 우려되는 현상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볼티모어 선지는 지난 18일 『소련 핵용병들이 이란·북한 등 세계 각지로 퍼져나갈 날이 멀지 않았다』면서 그것은 전인류에 악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소련관리는 해외이주 자유화조치가 실시되는 내년 1월부터 약10만명으로 추산되는 소련인 핵과학자들이 외국으로 노다지를 찾아나서는 「서부개척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면서 『이들은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고용주가 누구든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요미우리(독매)신문은 17일 소련에 핵무기를 제조하는 비밀도시 10개소가 있으며,이들 도시에 약70만명의 핵관련 기술자 및 그 가족들이 외부와 차단된채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도 결국 새 일자리를 찾아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소련은 연평균 1백30억달러어치의 무기를 수출하는 세계 최대 무기수출국이었다.
하지만 소련은 고급무기 정보의 서방유출을 우려,사회주의 형제국·중동 몇나라 등 믿을만한 상대에게만 수출해 왔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소련이 미국등 과거의 적국들에까지 무기를 팔기위해 안달하는 것은 바로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군비확장에만 온힘을 기울여온 소련으로서는 무기외에는 세계시장에 내놓을 이렇다할 상품이 없다.
더욱이 독일통일을 계기로 구동독에 배치해둔 소련제 무기들이 서방측에 모두 노출돼 버려 새삼스럽게 무기정보유출을 염려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특히 소련은 방어 및 보복공격에 필요한 최소한의 무기 및 인원만 남겨두고 군수산업을 모두 민수용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어서 잉여 군장비 및 요원의 해외유출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소련군 장교는 『미사일을 녹여 만년필을 만드는 것보다 미사일을 팔아 만년필을 사오는 것이 훨씬 부가가치가 높다』고 말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소련이 핵관련 산업등 군사부문을 마구잡이로 유출시킴으로써 북한·이란·이라크 등 호전적인 국가들과 국제테러단체의 핵무장을 도와줌으로써 세계평화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소련 핵기술의 유출이 『폭탄을 지닌채 여행다니는 것과 같다』면서 이를 방치할 경우 인류생존의 터전이 오염 내지 파괴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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