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모르는 검찰' 지방세 포탈 업자 특가법 기소 … 처벌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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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이 법 적용을 잘못해 수십억원의 세금 포탈범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게 됐다.

자영업자 김모씨와 한모씨는 2005년 6월 허위로 서류를 만들어 세관 보세창고에 보관 중이던 담배 270만 갑을 통관시켰다. 이들은 통관 과정에서 내야 할 담배소비세 17억여원과 지방교육세 8억7000여만원 등 지방세 26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로 붙잡혔다.

검찰은 이들에게 무거운 형벌을 받게 하려고 지방세법 위반 혐의 대신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검찰의 법 적용이 잘못됐다"며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세범처벌법에서 조세란 '국세(國稅)'를 뜻한다"며 "김씨 등은 지방세를 포탈했는데 국세 포탈을 전제로 한 특가법을 적용한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또 "세금 관련 범칙 행위는 세무공무원의 고발이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데 고발 절차가 없었으므로 기소 절차 자체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씨 등에게는 특가법이 아니라 지방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구속기소돼 1심 판결까지 난 상황에서 세무당국이 다시 고발할 수도 없다. 항소심에서 획기적인 판결이 나지 않는 한 김씨 등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이 굳이 특가법을 적용한 것은 특가법상 10억원 이상의 세금을 포탈하는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세법을 적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뿐이다. 검찰의 무리한 법 적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9월에도 5억원 이상의 지방세를 포탈한 이모씨에게 특가법을 적용했다 항소심에서 공소 기각된 적이 있다.

검찰은 "법원이 법 해석을 너무 엄격하게 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검찰이 굳이 무거운 형벌을 내리고 싶으면 지방세 포탈도 특가법상의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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