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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 '전투기 무덤' 간 스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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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F-117 전폭기가 13일 미국 뉴멕시코주 알라모고르도 홀로먼 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가진 F-117은 2008년 말까지모두 퇴역할 예정이다. [알라모고르도 AP=연합뉴스]

1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주 알라모고르도 홀로먼 공군기지에 베테랑 조종사 6명이 모였다. 그중엔 제49 비행대대장인 데이비드 골드파인 장군도 있었다. 그들 앞엔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어 '꿈의 전폭기'로 불린 F-117 스텔스기(일명 나이트 호크) 6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은 항공기 제조업체 록히드 마틴의 엔지니어들과 장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텔스기 조종석에 올랐다. 그러곤 바로 굉음을 내며 하늘로 치솟았다.

스텔스기가 향한 곳은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 북쪽에 있는 토노파 실험장. 이곳은 비밀리에 개발된 전투기를 시험 비행하는 곳이자 퇴역 전투기를 보관하는 곳이다. 이날 스텔스기는 '무덤'으로 향했던 것이다.

골드파인 장군은 "나이트 호크는 우리에게 비전과 열정, 도전과 용기를 가져다준 영웅이었다"며 "미국인과 미 공군은 나이트 호크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고별사를 했다.

1991년 걸프전에서 무적의 위력을 보인 F-117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 국방부는 현재 운용 중인 55대의 F-117기를 2008년 말까지 모두 토노파로 보내고, 그 자리는 스텔스 기능이 더욱 뛰어난 최첨단 F-22 전폭기(일명 랩터)로 메울 방침이다. 2009년 초까지 실전 배치될 F-22기는 36대다.

F-117은 퇴역하지만 형체도 없이 완전분해되지는 않으며, 다른 나라로 팔리지도 않는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밝혔다. 통상 퇴역하는 전투기는 우방국에 매각하거나 애리조나주의 우주항공 보수재생센터(AMRC)로 보내진다. 여기서 분해돼 부품으로만 남는다.

그러나 F-117는 토노파로 보내졌다. 그 이유를 AP통신은 여전히 비밀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골드파인 장군은 "F-117은 출격할 수 있는 상태로 관리된다"고 밝혔다. 날개는 해체되지만 엔진과 동체를 철저하게 관리해 비상시엔 언제든 띄운다는 것이다.

록히드 마틴이 74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F-117은 82년 미 공군에 처음 인도됐다.

89년 미군의 파나마 공격 때 처음 실전에 참여했고 걸프전엔 모두 44대가 참전했다. 당시 한 대도 손상당하지 않고 쿠웨이트를 침공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을 제압했다. 그런 F-117기 1개 비행대대가 올 1월 군산으로 이동해 주한미군, 한국 공군과 전술 훈련을 하고 있다. 이 비행대대의 활동기간은 약 4개월이다.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嘉手納) 미군 공군기지엔 F-22기 비행대대가 배치됐다. 2005년 12월 미 본토에 처음으로 실전 배치된 F-22가 해외로 자리를 옮긴 것은 처음이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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