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없는 국교영어교육 부작용만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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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요즈음 영어 조기교육에 대하여 찬반 양론이 무성하다.
95학년도부터 국민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영어·한문·컴퓨터중에서 한 과목을 선택해 배우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영어가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학교에서는 영어를 선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영어의 매력은 부모와 학생들에게 대단하다.
그런데 현재 중·고등학교에서는 상급학교 입시를 위한 준비 때문에 말하기·듣기등 실질적인 영어교육은 외면한채 주로 독해력 중심의 수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듣기·말하기 능력은 아직도 걸음마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해 「10년공부=벙어리」라는 오명을 현재까지도 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어 조기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시 시기도 중요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교사, 교재·시설 및 국가의 지원과 관심이다. 이런 여건이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실시할 경우 거의 실패한다는 것은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무슨 정책이든지 충분히 연구검토하고 시행후의 문제점까지 심층 분석해 본뒤 시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영어 조기교육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첫째, 아직 모든 면에서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외국문화에 접하면 그 문화에 예속되기 쉬워 우리 주체성을 잃게된다.
둘째, 어린이들에게 언어를 하나이상 부과하는 것은 그들의 언어적·심리적 발달에 해를 끼칠수 있다.
셋째, 국민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만한 교사가 충분히 확보되어있지 않다. 몇년동안 계획을 세워 교육대학에 영어교육과를 신설하여 예비교사들에게 전문적으로 듣기·말하기 기능을 가르쳐야한다.
넷째, 국민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경우 국어교육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국어공부를 하는 시간보다 영어공부시간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되면 결국 국어교육의 약화와 한문교육의 경시풍조가 생기게 된다.
다섯째, 조기교육에 대한 실험이나 연구가 미흡한 상태에서 실시하면 시행착오를 범하기 쉽다. 더 긴 시간을 갖고 신중히 생각해야한다.
여섯째, 조기교육을 실시할 시설이나 설비투자가 부족한 상태다. 영어회화를 실습할 수 있는 학교시설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선 중·고등학교 영어교육의 방법을 개선하고 더욱 철저히 지도해야한다. 그러면 중학교 때부터 지도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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