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후보 3%'선정 코앞 … 서울시 공무원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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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손님이 없어 한적한 서울시청 별관 구내이발소의 모습. 평상시에는 근무 중 이발을 하러 오는 서울시 공무원들로 북적였으나 퇴출 후보 선정을 사흘 앞두고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끊겼다. 이발을 하는 사람은 일반 시민이다.[사진=박종근 기자]

12일 오후 4시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의 구내 이발소. 예전 같으면 5~6명의 서울시 공무원이 이발을 하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이날은 외부 손님 한 명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었다. 이발사 김영기(58)씨는 "공무원들이 하루 평균 30명 정도 오는데 오늘은 근무 시작 전에 온 2명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본관 안에 있는 커피 전문점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소 같으면 빈자리가 드문 이 시간에 28개의 좌석 중에 고작 서너 명이 앉아 있었다. 이들도 시청을 방문한 외부인이라는 게 커피 전문점 주인의 귀띔이다.

별관 공무원연금매점의 직원은 매출 감소를 호소한다. 그는 "근무시간에 군것질거리를 사러 오는 공무원이 평소의 20%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무능하고 태만한 퇴출 대상 공무원의 명단 제출(15일)을 사흘 앞둔 12일 서울시 공무원들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고 시간을 보내는 직원은 거의 사라졌다. 복도와 흡연실 등지에서는 평소처럼 여유를 즐기는 공무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낮 12시부터 1시까지의 점심시간을 넘겨 사무실로 들어오는 직원들의 숫자도 부쩍 줄었다. 서울시 공무원노조는 이날 점심시간에 오세훈 시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시청본관 앞에서 가졌지만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인 오후 12시45분쯤 집회를 끝내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직원들 사이에 업무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게으름 피우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도 '인사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아침에 예정에 없던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일할 의욕이 없는 사람을 단호하게 퇴출하겠다"고 말했다.

한 간부는 "15일까지 무능 공무원을 선정해야 하는 간부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오 시장이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퇴출 후보 공무원을 솎아내야 하는 실.국장(3급 이상) 및 과장(4급)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퇴출 후보) 선정을 했느냐"는 질문에 국장들은 손사래를 치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한 국장은 "직원들이 긴장하면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누구를 퇴출 후보로 뽑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노조는 서울시의 인사 혁신 방침에 반발하면서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이날 내부 통신망에 올린 호소문에서 "(공무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면서 "퇴출 후보 공무원을 선정하는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13일 저녁 시청 본관 뒤뜰에서 '현장시정추진단 저지 결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성시윤·이수기 기자<copipi@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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