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청소년 교육에 헌신 40년|암사동 유성청소년 교장 이 종 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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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불우 청소년의 대모 이종임씨 (57·유성중중·고등청소년학교 교장) 에게 겨울은 반갑지 않다.
불우한 환경으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청소년들의 교육에 40년을 바쳐온 그가 서울변두리 시장 2층에 마련한 학교는 비려진 헛간같이 춥고 어두워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썰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본격적인 추위를 앞두고 2백명의 제자들과 함께 직접 만든 음식과 뜨개옷을 가지고 오는 지, 17일 그들의 학교가 있는 서울암사동 강동종합시장2층에서 연탄마련을 위한 바자를 연다.
보험외판원으로 번 돈을 들여 겨울 벌판에 선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바람막이 역할을 해온 것은 이씨가 19세 때부터였다.
전쟁이 끝날무렵인 53년 부산 수원지교회의 천막속에서 구두닦이·신문팔이들에게 글을 가르친것이 계기가 됐다.
경남 의령의 유학자집의 엄격한 규율밑에서 자란 그는 『시시하게 살려면 살지 않느니만 못하다. 사람구실을 제대로 못하면 몽당빗자루보다 못하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늘 되새기며 살았고 18세때 기독교를 믿으면서 「소외계층을 위해 살겠다」는 뜻을 굳혔다.
그가 가는 곳에는 오갈데. 없는 청소년들이 줄을 이었고 59년 그가 경기도 양평으로 옮겨 배움터 (일산청소년학교)를 열었을땐 3백여명의 청소년들이 몰려들었다.
30대중반의 늦은 나이에 결혼한 그는 75년 겨울 젖은 땔감으로 연기가 자욱한 교실에서 등에 업고있던 생후 5개월된 아들이 질식해 죽는줄도 모르고 수업에 열중해 「정신나간 여자」 소리를 듣기도 했다.
『사회는 갈수록 흥청거리는데 청소년 학교 학생들의 생활은 나날이 비참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그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닌 마음의 풍요』라고 학생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르친다.
79년 서울로와 천막과 교회를 떠돌다 이웃의 반대를 무릎쓰고 84년 암사동에 문을 연 유성중·고등 청소년학교는 하루4시간씩 「인간답게 살아가는 교육」을 하고있다.
그 스스로 도덕·윤리·사회과목을 맡아 어머니대신 청소년들에게 가정교육을 하면서 「작은 도움이 청소년들의 자립의지를 꺾고 구걸근성만 부추긴다」는 생각에 주위의 도움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고있다.
떠도는 아이, 결손가정의 청소년을 포함해 현재 2백여명이 다니는 이 학교는 이씨가 보험외판으로 버는 돈과 직장을 가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적은 수업료를 모아20여명의 자원봉사 선생님과 함께 꾸러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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