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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연방군 대공세/두브로브니크·부코바르 함락 직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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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그레브·두브로브니크 AP·AFP=연합】 유고슬라비아 연방군은 12일 유고내전 최대 격전지인 크로아티아 부코바르와 두브로브니크를 장악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크로아티아 방위군은 식량과 탄약이 거의 떨어져 후퇴하는등 이들 두 도시가 함락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공동체(EC)는 유고슬라비아에 EC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문제를 재검토키로 하는 한편 유고평화회의 의장 캐링턴경을 유고에 다시 파견키로 하는등 평화중재 노력을 재개했다.
두브로브니크항에는 이날 포탄이 비오듯 떨어져 도시 곳곳에서 검붉은 화염이 치솟았고 항구에는 파괴된 선박들이 불길을 뿜으며 타올랐다.
동부 부코바르에서는 연방군이 크로아티아군과 시가전을 펼치면서 시중심부를 향해 진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캐링턴경은 이날 13일 유고에 도착,유엔평화유지군의 개입문제 등 새 평화안을 내전 당사국 지도자들에게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타는 「아드리아해의 진주」/고도 두브로브니크 「문화학살」위기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가 불타고 있다.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공화국 아드리아해 연안에 자리잡은 중세고도가 「문화적 대학살」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두브로브니크는 고색창연한 성벽·저택·도로등 중세유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지상에서 천국을 찾으려면 두브로브니크를 보라』고 극찬했던 곳이다.
40여일째 연방군의 포위를 버티어오던 이 도시가 연방군의 공격으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고 13일 외신이 전했다.
도시 진입로에서 수백m 떨어진 아르헨티나호텔에 투숙중인 취재기자들과 유럽공동체(EC) 감시단원들이 목격한바에 따르면 지난 8일 이후 연방군의 공세격화로 12일 도시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고 정박중인 배와 건물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연방군의 박격포·대포·대전차미사일 공격 등이 빗발쳐 시민들은 은신처를 감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두브로브니크의 피해는 추정키 곤란할 정도다. 14세기 축조된 성요한 요새의 성벽은 소련제 스피곳 대전차미사일을 맞았으며,16세기 르네상스 양식의 교회탑과 스폰차궁도 로킷 공격으로 상당부분 파괴됐다.
성곽을 벗어난 지역에 있는 옛저택들 역시 커다란 피해를 보았다. 17세기에 지어진 빌라 그라디치는 불타버렸고,빌라 보즈다리는 지붕이 날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숱한 전화와 세월의 풍상을 이기고 「안온한 고귀함」을 보존해 온 두브로브니크가 세계인들의 우려에도 불구,유고내전의 와중에서 유고인들 자신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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