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눈총에 풀죽은 선거운동/노재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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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너무 일찍 달아오른다 싶던 총선 출마 희망자들의 사전 득표활동이 요즈음 한풀 꺾였다.
내년의 4대 선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사전운동에 대한 눈총들이 많아지자 예비후보 당사자들도 뭔가 뒤숭숭함을 느낀듯 하다.
본사 정치부가 전국 각 지역을 취재한 결과 대체로 지난달 하순부터는 선량지망생들이 부쩍 몸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몸조심은 「돈조심」과 「말조심」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니 일단 긍정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정치인이 방안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을리는 물론 없다. 경로당을 방문하더라도 봉투나 물건을 내놓지 않고 선거와 직접 관련되는 발언도 하지 않는 식의 활동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부산의 한 예비후보는 『동창회 모임이든 양로원이든 찾아 갔을때 「사과꾸러미라도 잘못 들고 다니면 내가 법에 걸리니 이해해 달라」고 호소하면 대개 고개를 끄덕여 주더라』며 『이런 분위기가 선거일까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등 대도시의 경우 문화센터·입시설명회·침술강좌·주부교실같은 행사를 주선해 간접적인 홍보효과를 노리는 이들이 많고 이런 활동을 절세에 비유해 「절법」선거운동이라고 부르는데,이 표현이 반드시 궤변이라고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물론 대전의 모 지역구처럼 현역 국회의원이 자기당 소속 지방의원을 시켜 지역구민의 온천지 관광을 대신 주선하게 한다거나,자신의 사업체 직원들을 지역구내 주소지로 위장전입시킨다는 소문이 파다한 곳도 없는 것은 아니다.
『선거자금은 초기에는 아끼다가 막바지에 집중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노하우를 출마지망생들이 채택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이모저모 따져 보니 이번 총선에 최소한 20억원은 동원해야 할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실토한 한 현역의원은 『여당의 「30% 공천탈락설」,야당의 「대폭 물갈이설」이 있는데다 선거망국이다,사정활동강화다 하는 소리까지 나오니 다들 공천을 앞두고 몸조심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하기도 했다.
여러가지 풀이가 가능하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무소속·야권등 상대적 약자를 억누르는 정략적 방편으로 이용되지 않는 한 현재의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가 곧바로 공명선거로까지 직결되었으면 하는 점이다. 아울러 후보들을 부추기는 「선거꾼」들도 차제에 발붙일 곳을 잃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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