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중반께 1단계 시행/금리자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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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실세금리」 반영될까 관심/초기엔 「차별화」 미미할듯
88년 12월에 한차례 실패한후 다시 시도하는 금리자유화가 오는 20일전후로 임박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자유화 대비작업도 표면화되고 있다.
그러나 각 은행들은 이번에도 말그대로 「실세금리」를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은행자신이 워낙 오랫동안 「규제」라는 타성에 젖어온 탓도 있지만 최근의 실물경제 상황을 무시하고 돈 값을 받을만큼 다 받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진짜 자율화」를 강조하고 있는 당국 역시 또다른 통로로는 「지나친 금리인상은 곤란하다」는 언질을 여러모로 주고 있다.
○…금리자유화가 곧 금리상승으로 비쳐지고 있는 상태에서 은행은 물론 정책당국·기업등 당사자들의 관심은 자유화 이후의 금리수준에 쏠리고 있다.
1단계 자유화대상의 핵심은 당좌대출금리인데 시은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연 12∼13%를 하한선으로 최고 14.5∼15.5%사이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지금(10∼12.5%)보다 표면금리가 2∼3%포인트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간 「꺾기」등으로 나타나던 실세금리의 부분적인 현실화에 불과하다.
고객(기업)에 대한 차등금리폭은 자금과 같이 2.5%포인트(0.5%포인트씩 5단계)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거의 기업체종합평점만으로 평가해오던 차등금리기준을 종합평점과 대은행수익기여도를 50대50으로 감안해 정한다는 것이 각은행의 공통 의견이다. 한일은행의 경우는 평점비중은 40으로 더욱 낮추고 담보능력을 10정도 고려할 방침.
○…시중은행들은 당좌대출금리를 12∼14.5%,12.5∼15%,13∼15.5%로 하는 세가지안을 준비해 놓고 도상연습중이다. 조흥·상업·서울신탁은행등 상대적으로 부실채권이 많은 은행들이 「높은금리」쪽으로 기울고 있다.
금융당국이 언제부터 금리자유화를 한다는 정식발표를 하면 먼저 한 은행이 자유화계획을 발표하고 다른은행들도 뒤따른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어느 은행이 먼저 나서느냐는 것이다. 은행들은 처음 해보는 일인데다 여론의 향배를 가늠하기 힘들고 특히 「인하」가 아닌 「인상」발표라는 점에서 먼저 나서기를 무척 꺼리고 있다.
결국 현재 시은의 간사은행인 상업은행이 「총대」를 멜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시은들은 「담합」한다는 인상을 주지않기 위해 각별히 이점에 신경을 쓰고 있다. 비공식적인 모임도 일체 갖지않는 가운데 여러가지 다른 채널을 통해 상대은행의 의사를 타진하기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화된 금리가 은행마다 얼마나 차별화될 것이냐는 질문엔 이렇다할 대답을 피한다.
서울신탁은행관계자는 『물론 은행마다 자금사정과 예금구조가 틀리다. 그렇다고 자유화초기단계부터 각은행이 차별화 전략을 들고 나올 것으로 생각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수신쪽의 조달비용을 먼저 따져보고 대출금리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준인데 1단계 금리자유화에 대비하고 있는 은행들의 경우를 보면 순서가 뒤바뀐 느낌이다.
외환은행의 한 실무자는 『기업자금난이 경제의 큰 현안인 상태에서 금리자유화는 명백한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대출금리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먼저 가늠해 보고 거기에 맞춰 수신금리수준을 정하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수신상품중 이번에 자유화되는 CD(양도성예금증서)는 현재의 연13%에서 14%로,신설되는 3년짜리 정기예금은 12.5∼13.0%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CD등 은행의 일부 수신상품금리가 현실화됨에 따라 단자·상호신용금고등 제2금융권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된다.
현재의 금리차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금리자유화로 은행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을 두려워한 제2금융권이 큰폭의 수신·여신금리 인상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을까 걱정인 것이다.
특히 상호신용금고등이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이번에 자유화되는 2년이상 부금예수금의 수신금리를 너무 높여놓았다가 2∼3년 뒤금리가 하락할 경우 무더기로 부실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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