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프로야구 한일 슈퍼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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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출범 10년을 보낸 한국프로야구는 이번 한일슈퍼게임을 통해 현주소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초반 현지적응 실패 및 긴장한 나머지 내리 3연패를 당했으나 4차전 천연잔디구장에서부터 컨디션을 회복, 나머지 게임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다.
이번 슈퍼게임 6차전을 통해 한국프로야구 관계자들은 ▲한국야구의 기술이 아직 일본에 비해 한수 뒤져있다는 점과 ▲구장시설·저변확대등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한 25명의 선수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안주하던 안일한 정신을 새롭게 재충전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한국팀 간판타자 김상한은 『일본선수들의 타격 및 투수들의 기술등은 많은 공부가 됐으며 특히 일본선수들의 프로정신도 자극이 됐다』며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 국내 프로야구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응룡감독등 한국의 코칭스태프는 이번대회의 의미에 대해 ▲승패보다 수준의 차를 확인하러 왔으며 ▲고교야구가 4천여개교에 달하는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현재 50여개에 불과한 고교야구팀을 늘려야 하며 ▲구단의 과감한 투자로 좋은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감독은 일본 매스컴이 『한국선수들이 체력이 좋다』고 호평했으나 6차전을 치러보니 『체력이 많이 달렸다』면서 선수 각자가 트레이닝 시설을 갖추고 스스로 몸을 관리하는 일본선수들의 자세를 본받아야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프로 야구가 달리고, 받고, 던지는 기본기가 일본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초·중·고·대학등 아마에서부터 기본기 연마에 좀더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기본기가 안돼있는 상태에서는 기술의 진보를. 기대하기 어렵고 성장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고 진단, 앞으로 한국프로야구가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벌이기 위해서는 기초를 튼튼히 하는등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곳 일본프로야구관계자들도 한국프로야구에 대해 ▲힘과 스피드는 갖췄으나 ▲인사이드 베이스볼(머리를 쓰는 야구)에서 뒤지고 있다면서 지도자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선수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일본측 전문가들은 한국의 투수·타자들이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즉 승부처에서 경기를 끌어나가는 힘·지혜가 부족하다면서 이 같은 기술·요령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귀국하는 대로 코칭스태프회의를 열어 이번대회에서 드러난 한국야구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 장기계획을 세워 취약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프로야구는 이번 대회 일본과의 대결을 통해 발전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일본의 저력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을 배우게된 것이 수확이다. 또 이번 대회를 주최한 일본조직위원회측은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양국의 우호증진과 프로야구발전을 위해 2년마다 계속 개최할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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